[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두산은 지난해 5할을 밑도는 승률(0.465)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끝에 임기 첫해의 송일수 감독을 불명예 퇴진시켰다.
그 어수선했던 가을에 ‘초보감독’ 김태형(48)이 왔다.
갸웃했던 시선이 있다. ‘1년차 벤치에 실패한 다음시즌에 또?’ 그러나 반색했던 믿음도 적지 않았다. ‘22년 베어스맨이다. 이 팀과 이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안다.’
↑ 초보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담대함과 근성의 김태형 감독은 벤치에서 늘 여유있어 보였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이번 시즌 유난히 빡빡했던 접근전으로 팀마다 여유가 없던 여름에 몇몇 감독들에게 ‘올해 경기 운은 누가 가장 좋은 것 같으냐’고 물었다. 앞 다퉈 두산을 부러워하길래 김태형 감독 본인의 느낌을 물었는데, 뜻밖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지나고 난 다음에 ‘아차, 아까 (사인) 냈어야 되는데...’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런 경기를 나중에 선수들이 그냥 뒤집어주더라.”
감독 첫해, 긴장의 벤치에서 후딱 후딱 지나가는 ‘순간’을 놓쳤다는 고백도, 선수들 덕분에 운이 좋아 덮였다는 인정도 망설임 없이 털털했다.
사실 경기 운은 몰라도 두산의 이번 시즌이 마냥 평탄하진 않았다. 극과 극을 오간 마야는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 떠났고, 니퍼트는 여름 내내 ‘보수 중’이었다. 외인야수 카드는 번번이 어그러졌고 불펜은 계획과 달라졌으며 주전들의 부상치레도 피할 수 없었다.
감독의 ‘속앓이’? 없었을 리 없다. 그런데 티가 잘 안 났다. 경기를 잘 이기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김 감독이 뽀얗게 살이 올랐다. 개막 두 달 만에 4kg이 늘었으니까.
“걱정이 많다고 잠이 안 오거나 밥이 안 먹히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민망해하던 김감독이지만, 그는 결코 쉽게 입맛을 잃을 사령탑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한 시즌을 보는 시각이 지극히 ‘상남자’였다.
“한 경기를 이기고 지는 게 그렇게 속을 끓일 만큼 크지 않다. 길게 봐야 한다. 끝난 경기를 지나치게 돌아보며 프로 감독이 선수들에게 조목조목 지적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사실 잘못하고 아쉬운 플레이는 저지른 선수들이 가장 잘 아니까.”
베어스 주장 시절부터 ‘상남자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자주 쓰는 말이 ‘어차피’일 정도로 한번 떠난 길에서 뒤돌아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패 다음날 가장 멀쩡한 팀’ 두산과 그저 ‘맞춤’으로 어울렸던 벤치라고 할 밖에.
김 감독은 줄곧 ‘큰 그림’ 위주의 상상을 했고, 한번 내린 판단은 조바심 내지 않고 잘 지켰다. 뚝심 있게 기다렸고 근성 있게 밀고 나갔다. 한 경기를 잡기 위한 돌발적인 변수는 잘 만들지 않았다. 디테일을 설계하는 감독이라기보다 훨씬 자유롭고 감각적인 사령탑이면서도 의외로 ‘튀는 운영’은 드물었던 이유다.
감독 김태형에겐 1패에 빗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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