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에이스를 만든 진정한 영웅은 안방으로 돌아온 양의지(28·두산 베어스)였다.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은 플레이오프 4차전에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선발로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띄웠다.
니퍼트는 지난 18일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의 영웅이었다. NC 타선을 단 3안타로 묶으며 7-0 완봉승을 이끈 주인공. 니퍼트는 이날 114구를 던졌고 3일밖에 휴식을 갖지 못하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 22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 양의지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발로 출전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양의지는 지난 19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파울 타구에 맞아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미세 골절상을 당했다. 양의지는 결국 3차전에 결장했고 두산은 2연패를 당했다.
니퍼트에게 양의지의 존재는 중요했다. 니퍼트는 1차전 완봉승 이후 “양의지와 5년이나 호흡을 맞춰서인지 생각이 비슷했다. 웬만하면 양의지 생각에 맞춰가려고 노력했다”고 공을 양의지에게 돌릴 정도였다.
니퍼트는 양의지가 또 결장할 경우 백업 포수 최재훈과 호흡을 맞춰야 했다. 니퍼트의 구위가 아무리 좋더라도 배터리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양의지는 코칭스태프에 강력한 출전 의사를 전달했다. 양의지는 “진통제를 맞고서라도 4차전 선발로 나가겠다”며 포수 장비를 챙겨 입었다. 강인권 두산 배터리코치는 “(양)의지가 계속 나가겠다고 해서 진통제를 맞고 나가게 할지, 그냥 나가게 할지 모르겠다”며 “워낙 의지가 강해 선발로 내보낼 작정”이라고 말했다.
양의지의 부상 투혼은 엄청난 효과를 불렀다. 니퍼트는 1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완벽투로 NC 타선을 잠재웠다. 두산 타선도 힘을 냈다.
두산은 0-0으로 맞서던 6회말부터 7점을 뽑는 뒷심을 발휘했다. 그 중심에는 양의지도 있었다. 양의지는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대주자 교체 없이 주루도 수행해 1득점을 직접 올렸다. 두산은 타오른 NC의 타선을 잠재우고 7-0으로 완승해 시리즈를 2승2패 원점으로 돌렸다.
니퍼트를 돌아온 에이스로 만든 것은 진통제 투혼을 불사한 돌아온 양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산을 벼랑 끝에서 살린 양의지는 숨은 MVP가 아닌 진정한 MVP였다.
↑ 22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5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 양의지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선발로 출전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