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결국 안방마님의 빈 자리는 매우 컸다. 두산 베어스가 주전 포수이자 팀 타선의 중심인 양의지(28)의 부상 공백을 공·수에서 메우지 못하고 패했다. 마운드까지 무너졌다. 양의지가 그리웠던 하루였다.
두산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타선이 침묵하고 마운드가 조기에 무너지면서 2-16으로 패했다. 1차전 승리 이후 2,3차전을 내리 내주면서 시리즈 전적은 1승2패가 됐다.
여러모로 양의지가 그리웠던 하루였다. 양의지는 앞서 19일 플레이오프 2차전서 5회말 공수 교대와 함께 최재훈과 교체됐다. 4회말 수비서 나성범의 타구에 오른 엄지발가락을 맞아 고통을 호소했고 20일 검진 결과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결국 양의지는 21일 선발 마스크를 쓰지 못했고, 최재훈이 나섰다. 최재훈은 특별한 실수를 하지 않으면서 무난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타석에서도 안타 1개를 때리며 득점도 올렸다.
↑ 양의지의 공백은 컸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1회부터 유희관-최재훈 배터리가 흔들렸다. 유희관은 1회 박민우에게 좌측 담장을 맞고 떨어지는 대형 2루타를 맞았다. 이어 집중적으로 주자 박민우를 견제했지만 3루 도루를 막지 못했고 나성범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내주면서 허무하게 첫 실점을 했다.
4회 2사 1,3루서도 다소 답답한 상황이 나왔다. 테임즈가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것을 사전에 저지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포수 송구가 뒤로 빠진다면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을 수 있었기에 최재훈은 결국 공을 던지지 못했다. 실점과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아쉬운 장면.
결국 설욕은 했다. 최재훈은 6회 2사 상황 NC 김종호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앞선 상황들에 비하면 중요도는 떨어졌다.
단순히 도루를 2개 내주고 1개를 잡아낸 것 보다 투수들과의 호흡이나 볼배합 측면이 더 아쉬웠다.
이날 두산 투수들은 유독 정면승부가 많았다. 유희관은 2⅓이닝 동안 6안타를 맞으며 고전했다. 무려 64구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가 41구 볼이 23구였을 정도로 내용이 공격적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이런 승부는 독으로 작용했다.
노경은의 추가 실점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3회 유희관과 노경은이 연속 안타를 맞으며 대거 4실점을 하는 과정에서 특히 ‘베테랑 포수’의 역할이 더욱 두드러졌다.
3회 유희관의 3안타 허용을 시작으로 노경은이 추가로 3안타를 맞는 과정까지 두산은 2명의 투수가 6연속 안타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최재훈 또한 투수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했지만 불안한 그들의 마음을 다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위기를 벗어나는 노련한 볼배합도 다소 아쉬웠다. 반대로 NC 타선은 마치 두산 배터리의 볼배합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이 정확하게 노려친 안타를 연이어 때려냈다. 결과론으로 치부하기엔 NC 타선의 노림수가 너무 많이 들어맞았다.
3회에만 4점을 낸 NC는 순식간에 리드를 가져왔다. 이후 두산은 7회와 8회, 9회 대거 추가점을 내주면서 쓰린 패배를 당했다.
타선도 힘에 부쳤다. 이날 두산은 3번 민병헌-4번 김현수-5번 오재원 순으로 타순을 구성했다. 이들 중심타자들은 무안타에 그치며 경기 해결사
21일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난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양의지는 본인이 진통제를 맞고서라도 출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면서 “내일 상태를 봐서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양의지가 더 간절하게 그리워질만한 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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