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kt 위즈 투수 홍성용(29)은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21일 NC 다이노스서 kt 위즈로 트레이드 된 이후 1군서 자리를 잡았고, 빠른 시간에 팀에 녹아 들었다.
스토리가 많은 선수다. 야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일본 독립리그서도 뛰었고 스포츠 채널의 투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렇게 10여년을 버텨내 올 시즌 그토록 갈망하던 1군에서 활약하고 있다.
↑ kt 위즈 홍성용에게 2015시즌은 변화의 연속이다. 그에게 일어난 행복한 변화들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강윤지 기자 |
▲경기 수와 비슷한 이닝 숫자, 행복한 기록
‘마법사 군단’ kt 유니폼을 입은 뒤로 홍성용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마치 마법처럼. 트레이드 첫 날부터 대범하게 자신을 보여줬던 그는 ‘필승계투’라는 역할을 받아 들었다. 팀이 그에게 보내는 기대도 실감한다.
그러나 홍성용은 “여기서도 내가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역할이 주어졌고, 그래도 내가 맡은 역할은 해내다보니까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믿고 써주시는 것 같다. 더 책임감이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진다”고 말한다.
가장 기분 좋은 변화는 등판 기록이 빼곡해지고 있다는 것. 출전 경기 수도 늘어났지만 가장 보기 좋은 건 이닝 숫자다. 홍성용은 올 시즌 35경기에 나서 32⅔이닝을 소화했다. 경기 수와 이닝 수가 비슷하다. 2014시즌에는 22경기에 나가 12⅔이닝을 던졌으니 올 시즌 늘어난 역할과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이적 이후 조범현 감독과 정명원 코치의 지적으로 투구 폼을 약간 다듬었다. 이전에는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 팔을 짧게 놓고 던졌다면, 지금은 팔을 조금씩 돌려서 던지고 있다. 또 전병호 코치로부터 싱커를 전수받아 ‘선택권’을 늘렸다. 지난 시즌 속구-슬라이더 투피치 투수였다면 지금은 싱커, 커브까지, 경기에 사용하면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홍성용의 개인 최다 이닝 기록은 지난 8월 2일 수원 롯데전 2⅓이닝. 8-9로 뒤진 치열한 접전 9회 2사 2,3루서 등판해 위기를 막아냈다. 이어 연장 11회까지, 든든한 투구를 펼쳤다. “1군에서 처음으로 2이닝 넘게 던져봤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나에게 기회를 주신 거니까 어떻게든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더 안간힘을 쓰고 있다.”
↑ 투구 중인 홍성용. 왼팔에 새긴 이름과 ‘Carpe Diem(카르페디엠)’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다. 사진=MK스포츠 DB |
▲가장 고마운 말, ‘맞으면 어때’
고마운 사람도 참 많다. 인터뷰 시간은 당장 떠오르는 사람만 언급하기에도 부족했다. 경기에 자신을 믿고 기용하는 조범현 감독, 경험을 토대로 유익한 조언들을 해주는 정명원, 전병호 두 투수코치, 신경 써서 사인을 내고 몸을 더 많이 움직여주는 포수 장성우, 앞장서서 팀 적응을 도와준 고교 후배 장시환, 밥 한 끼라도 더 사 주려는 박경수 등 모두가 홍성용에게는 힘이다.
홍성용을 든든하게 만드는 많은 ‘말’들도 있었다.
“여기 와서 가장 좋았던 게, 감독님이 코치님들 통해서 전하신 말씀이었다. ‘그냥 자신 있게 던져라’라는. 맞으면 어때, 맞아도 공부가 되는데. 그렇게 해가면서 커가는 거지 계속 피해가기만 하면 성장을 할 수 없다고. 그 말에 마음에 정말 편해졌다. 나는 남들이 던지는 145km의 공은 못 던진다. 그러다 보니 제구력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타자들이 못 치는 코스에 던지도록 연습 때도 노력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그게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감독님, 코치님들께서 ‘자신 있게 던져, 맞으면 어때’ 한 마디 해주시면 용기가 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2군에 있던 그저 그런 투수였는데….”
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홍성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건 팀 내의 고마운 사람들이지만, 지금 빛을 볼 수 있도록 ‘손이 발이 되도록’ 매일 기도해온 가족들이 있었다. 홍성용에게는 아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경기장을 자주 찾지 못하는 어머니와, 아들이 신경 쓰지 않도록 거의 매 경기 관중석에서 조용히 관람만 하고 가는 아버지가 있다. 홍성용은 자신의 활약에 기뻐하는 부모님을 보며 더 잘하자고 다짐한다.
홍성용의 양 팔에는 문신이 있다. 왼팔에는 자신의 이름과, 현재에 충실하자는 뜻의 ‘Carpe Diem(카르페디엠)’을, 그리고 오른팔에는 어머니의 이름과 함께 영어로 ‘믿음’을 새겼다. “일본에 가기 전에 했는데, 나는 왼손잡이고 어머니가 오른손잡이다. 투구할 때 왼팔로만 던질 수 없고 오른팔의 반동이 있어야 하니까, 어머니의 힘을 빌린다는 의미다.”
↑ 홍성용은 “팀 승리에 보탬이 된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선전을 다시금 다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 가장 행복하고도 절실한 지금
“나는 원래 좋은 위치에 있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 벌써 30경기에 나가고 있고, 우리 팀이 야구도 잘하고 있지 않나. 분위기도 너무 좋고, 지금이 제일 행복한 것 같다. 여기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나름대로 챙기는 것도 있다. 그날 경기 영상을 보고 분석을 마치기 전까지는 잠도 자지 않는다. “포털 사이트에 자정이 지나고 나서야 경기 풀 영상이 올라온다. 그걸 보기 전까지는 잠도 오지 않는다. 12시까지 기다렸다가 보고 끊임없이 리플레이를 해서 돌려본다. 좋았던 점, 그렇지 않았던 점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분석을 한다. 내 폼을 다 보면 (장)성우의 리드를 보면서 공부를 한다.”
홍성용을 보면 ‘절실함’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마운드에서의 날카로운 눈빛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정명원 투수코치도 “야구를 절실하게 한다”며 그의 자세를 높이 샀다.
홍성용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이기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면서 ‘눈빛’의 비밀을 털어놨다. “웬만하면 타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1군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들은 나보다는 다 좋은 위치의 선수들이다. 이름값도 있고. 그에 굴하지 않기 위해 나는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진다.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으로, 눈빛에서부터 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힘을 주고 있다. 마운드에서 강한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감독님, 팀 선수들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도 앞으로를 약속했다.
“팬분들의 응원에 꼭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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