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오준혁(KIA)은 일주일 전 정신이 없었다.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으로 쐐기타를 날리며 수훈선수가 됐다.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건 처음. 취재진의 질문 하나하나에 인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스스로 일주일 만에 또 수훈선수 인터뷰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이번에는 더욱 화끈했다. ‘군 동기’ 임기준과의 듀오가 아닌 오준혁만의 날이었다.
오준혁은 4타수 안타 1볼넷 3득점을 기록했다. 개인 1경기 최다 안타, 출루,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무엇보다 영양가가 넘쳤다. 1회 볼넷을 얻어 선취 득점의 활로를 열더니 1-3으로 뒤진 3회에도 2루타를 치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 KIA의 오준혁은 12일 광주 LG전에서 4타수 3안타 1볼넷 3득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일주일 만에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오준혁은 해맑게 웃었다. 이렇게 빨리 또 할 줄 몰랐다면서.
오준혁은 8월까지 타율이 1할3리(29타수 3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9월 들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9월 타율 3할8푼9리(18타수 7안타).
오준혁은 방망이가 매서워진 비결로 KIA 코칭스태프의 지도편달을 들었다. 그는 “2군에 있을 때 경기를 마치고도 정회열 퓨처스 감독님께서 홀로 1시간씩 남아 타격 훈련을 하라고 지시했다. 비디오 촬영을 한 내 폼을 보며 수정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잘 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도 경기 전 김기태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타격 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라’고 조언하셨다. 내 반응이 늦으니 투수의 킥과 동시에 반응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니 자신감까지 생겨 타격이 더 잘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준혁은 지난 5월 6일 4대3 트레이드로 한화에서 KIA로 이적했다. 그리고 트레이드 첫 날, 마산구장에 도착한 지 1시간도 안 돼 데뷔 무대를 치렀다. 그때 타순이 2번타자였다. 현재 그는 KIA에서 2번타자로 뛰고 있다.
2번 타순이 익숙하다는 오준혁은 “트레이드 직후 큰 힘을 보태지 못했다. 앞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 팀이 5위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수훈헌수 소감을 물으니, “오늘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라는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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