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10승보다 10패에 더 빨리 도달했다. 20승보다 20패가 먼저였다. 그리고 30승과 30패의 저울질 사이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KIA는 귀신같은 5할 승률 본능을 보였으나 아니나 다를까, 다시 ‘-1’이 됐다. 다시 한 번 이기면 ‘0’이 되며 5할 승률 복귀다. 하지만 지난 12일 광주 삼성전은 KIA가 곱씹어야 할 패배였다.
호랑이는 사자 앞에서 힘을 못 썼다. 불과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삼성 내에 맴돌던 무기력증이 KIA로 옮겼다. 0-1, 0-2, 그리고 0-5. 3회 터진 박석민의 3점 홈런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던 KIA는 결정적인 한방을 맞았다. 5회 최형우와 6회 야마이코 나바로의 홈런은 삼성의 5연패 탈출을 알리는 ‘축포’였다.
허무한 패배. KIA가 이토록 무기력했던 건 오랜만이었다. 3안타 빈공 속에 1-8로 졌던 지난 3일 잠실 두산전(KIA 1-8 패)도 이렇지는 않았다. 적어도 4회초(1-1)까지는 팽팽했다. 일찌감치 속절없이 무너지는 ‘풍경’은 지난 4월 19일 광주 넥센전(KIA 4-15 패)을 떠올리게 했다.
↑ KIA는 12일 광주 삼성전에서 완패했다. 선발 유창식이 초반부터 제구 난조 속에 흔들리다 조기 강판한 게 결정적이었다. 사진(광주)=옥영화 기자 |
그러나 KIA가 무참하게 패한 데 타선의 부진만을 탓할 수는 없다. KIA의 기복 있는 타선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전부터 그랬다. 그래도 KIA가 5할 승률을 기록하며 버텨왔던 건 공격보다 수비, 그리고 마운드의 힘 때문이었다. 특히, 선발야구가 잘 이뤄졌다.
하지만 유창식은 와르르 무너졌다. 제구 불안 속에 볼을 남발하더니 매 이닝 위기를 자초했다. 아슬아슬 줄타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선발투수가 2이닝 이하 투구를 펼친 건 지난 5월 9일 목동 넥센전(서재응 1⅔이닝) 이후 처음이었다. 유창식의 조기 강판은 곧 KIA의 패배로 직결됐다.
KIA의 6월 성적은 5승 4패. 선발투수가 5회까지도 못 버티고 강판된 건 2번이었다. 공교롭게 모두 유창식(3일 4이닝 5실점 4자책-12일 2이닝 4실점)이었다. 5월 말에는 임준혁이 그러했다. 그 외에는 선발투수가 적어도 5회는 막아줬다. 그리고 그 선발진이 버팀으로써 KIA는 승수를 쌓아왔다.
KIA가 최근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된 가운데 승리한 건 지난 5월 20일 사직 롯데전(KIA 9-5 승)이었다. 홍건희의 9탈삼진 호투에 타선(12안타 1홈런 9득점)이 폭발하기도 했으나 상대 선발투수(박세웅 ⅔이닝)도 함께 무너졌기에 가능했던 승리였다.
선발투수가 ‘최소한의 책임’을 짊어지지 않는다면, KIA는 힘겨울 수밖에 없다. 뒤로 갈수록 반전 요소를 찾기란 어려웠다. 홍건희, 임준혁이 뒤이어 바통을 넘겨받았으나
믿음의 선발야구가 KIA의 최대 강점이다. 그런데 그 강점을 발휘하지 않고선 이기기란 더욱 힘들다. 그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던 지난 12일 경기였다. 호랑이군단에겐 선발야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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