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 어울리는 여행지가 있다. 아니, 캠핑이라야 제대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사막에 뜬 별을 바라보며 먹는 샌드위치 한 조각이, 커피 한 잔으로 맞이하는 안개 자욱한 호숫가의 아침이, 길을 건너는 사슴 때문에 차를 멈춰야 하는 산간도로가 더 특별한 이유는 당신이 지금 캠퍼밴과 함께 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 캠퍼밴으로 가면 더 좋을, 아니 캠퍼밴으로 가야할 여행지 네 곳이다.
▶ 이집트 백사막
이집트를 찾은 여행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카이로에 내리자마자 사막으로 향한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제쳐두고 이들이 사막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막에서의 캠핑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바하리야 지역에는 흑사막(Black Desert)과 백사막(White Desert)이라는 두 개의 사막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흑사막은 검은 모래로 덮여 있고 백사막은 하얀 석회암 모래로 덮여 있다. 캠핑은 백사막에서 할 수 있다.
백사막에서의 캠핑은 문명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일이다. 하늘이 노랑으로 물들어가다 서서히 주홍빛으로 변해갈 때 쯤이면 텐트를 치고 요리를 시작한다. 그리고 노을이 사막을 삼켜버리기라도 할 듯 활활 타오를 무렵, ‘사막위의 식사’가 시작된다. 식사 후, 사막이 완전한 어둠 속에 갇히면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다. 사막 곳곳에서 모닥불 이 꽃처럼 활짝 핀다. 사막으로 떠나온 여행자들은 춤을 추고 북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른다.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노래가 뒤섞인 사막은 신기루처럼 비현실적이다. 아, 그리고 별. 어느 순간 하늘에 가득 차 오르던 별. 별은 손으로 털면 후두둑 하고 떨어질 것처럼 가까이 떠 있다.
↑ 이집트 사막 캠핑 |
우리에게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만추>로 잘 알려진 도시 시애틀. 도시 바깥에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어 ‘숲의 도시’로도 불린다. ‘숲의 도시’ 시애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시애틀의 서쪽에 자리한 올림픽 국립공원(Olympic National Park)으로 만년설로 뒤덮힌 해발 2천미터의 산악지역과 미국에서 연간 강우량이 가장 많다는 우림지역, 태평양과 접하는 해안지역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영화 ‘트와일라잇’을 피롯해 ‘트윈픽스’, ‘씬 시티’, ‘다크 엔젤’ 등의 초현실적인 판타지 영화들을 찍었다고 한다.
올림픽 국립공원에는 모두 16개의 캠핑장과 910개의 캠핑 사이트가 있는데 캠핑을 하기 좋은 곳은 공원 북쪽의 크레센트 호수다. 짙은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운 호수로 보트와 수영, 낚시, 피크닉 등을 즐길 수 있고 캠핑장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해발 1600미터에 위치한 허리케인 릿지까지 드라이브를 즐겨보는 것도 빼먹지 말 것. 일종이 전망대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올림픽 국립공원의 조망이 압권이다.
▶홋카이도 횡단
홋카이도 하면 눈이 떠오르지만 여름 홋카이도의 모습도 겨울 못지 않게 낭만적이다. 아니 겨울보다 더 좋다. 아무리 더워도 기온이 30도를 넘지 않고 비가 잘 내리지 않아 배낭을 메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에도 좋다. 물론 캠핑을 하기에도 좋다. 오타루에서 시작해 비에이와 후라노를 거쳐 일본의 땅끝으로 불리는 시레토코까지 열흘 정도면 여유롭게 캠핑을 즐기며 홋카이도를 여행할 수 있다.
홋카이도는 캠퍼밴보다는 렌트카에 텐트와 침낭, 스토브 등 기본적인 캠핑 장비만 싣고 떠나는 가벼운 캠핑 스타일을 추천한다. 홋카이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장대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곳. 트레킹을 비롯해 다양한 레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도 점도 홋카이도 캠핑의 매력이다. 홋카이도 전역에 약 400여 개의 캠핑장이 있기 때문에 스케쥴만 잘 짠다면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홋카이도 캠핑장의 백미는 후라노와 비에이. 이맘때 후라노 비에이는 그야말로 꽃의 천국이다. 보라색 라벤더와 초록의 구릉이 어울려 동화 속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인들은 ‘웅대한 자연과 풍부한 재료의 보고’라고 자찬하는 홋카이도 동부도 캠핑의 최적지다.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된 시레토코와 일본 최대의 자연 습지로 2000여 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쿠시로 습지, 세계에서 가장 맑은 호수로 유명한 마슈호, 천연기념물인 마리모로 유명해진 아칸호, 홋카이스도에서 두 번째로 큰 쿳샤로호 등 다양한 여행지와 캠핑장이 몰려 있다.
▶ 아드리아해 캠핑카 여행
캠핑카 여행은 유럽을 몇 번 여행한 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종목이다. 배낭여행이나 크루즈 여행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경비가 적게 들 뿐 아니라 마음에 드는 여행지에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며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럽 캠핑카 여행루트로는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전통적으로 인기지만 최근에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이탈리아를 잇는 루트가 각광받고 있다. 푸른 아드리아 해를 따라가는 이 코스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와 ‘요정들의 숲’으로 일컬어지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아름다운 항구도시 스플리트, 슬로베니아의 사랑스러운 도시 류블랴나,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을 지나 ‘로미오와 쥴리엣’의 배경이 됐던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로 이어진다.
유럽 캠핑장 대
[글·사진 = 최갑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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