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허재(50) 전주 KCC 감독이 9일 자진 사퇴했다.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누구의 탓도 없었다. 떠날 때도 변하지 않는 ‘허재’ 스타일 그대로였다.
허 감독은 팀의 성적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천정열 코치도 함께 짐을 쌌다. 남은 시즌은 추승균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다.
↑ 허재 전주 KCC 감독이 9일 자진 사퇴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허 감독이 자진 사퇴를 고민한 것은 시즌 중반부터였다. 하지만 KCC는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 3라운드 이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정규리그 3위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 경험만 세 차례다.
허 감독은 팀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허 감독도 반전을 위해 자신이 떠나야 할 타이밍을 놓쳤다. 팀은 11승34패, 승률 0.244에 머물렀다.
허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계약 3년간 최악의 성적을 냈기 때문에 구단의 의사와 상관없이 팀을 떠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자신이 떠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또 고심을 거듭했다. 정규시즌 9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팀을 떠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 KCC의 한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셨던 것으로 안다. 시즌을 얼마 남기지 않고 사퇴를 하는 것이 더 안 좋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시즌 끝까지 팀을 이끌려고 고심을 하시다가 물러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갑자기 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한 번 떠나야겠다고 결정을 내린 뒤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그대로 밀어붙이는 성격 그대로였다. 지난 2009년 톈진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농구대표
이날 오전에 사퇴 결정을 내리고 오후까지 숙소에 머물던 허 감독은 구단에 웃으며 “짐은 나중에 와서 싸겠다”는 말 한 마디를 남긴 채 10년간 함께 했던 KCC를 툭툭 털어내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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