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서민교 기자] 넥센의 영웅들을 4년째 이끌고 있는 ‘캡틴’ 이택근(35)이 한 계단 또 올라설 준비를 마쳤다. 올해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없는 넥센의 주장으로서 어깨는 더 무거워졌지만, 자신부터 채찍질을 시작했다.
이택근은 올 시즌 종료 후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지난 2012년 LG에서 넥센으로 4년간 총액 50억원을 받고 FA 이적했다. 당시 FA 대박을 터뜨린 그는 3년간 몸값을 충분히 해냈다.
지난 시즌 넥센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이택근의 역할이 컸다. 122경기를 소화하며 4년 만에 타율 3할(0.302)을 넘겼고, 21홈런 91타점으로 두 부문에서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리더십이 탁월했다.
↑ 넥센 히어로즈에서 4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찬 이택근이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 있는 스프링캠프장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美 서프라이즈)=옥영화 기자 |
주장 이택근은 자유분방한 성격과 달리 선수단의 기본을 중시한다. 그는 “선수단의 룰이라는 것이 있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만 벗어나지 않으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며 “자율 속에서 규칙을 지키되 야구는 편안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정확한 선을 그었다. 베테랑 주장답다. 이어 그는 “야구 쪽으로는 워낙 다 잘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단 캠프 분위기는 좋다고.
이택근은 강정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각오도 남달랐다. 이미 선수들에게 강정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독려를 해놓은 상태. “강정호가 나간 공백은 있겠지만, 우린 똑같이 9명의 야수가 있다. 역할 분담을 조금씩 한다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힘들겠지만 각자 책임감을 갖자’고 주문했다.” 야수 1인당 홈런 3~4개, 타점 6~7개 정도 더하면 강정호의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택근은 올해가 두 번째 FA 시즌이다. 최근 FA 몸값이 치솟는 분위기에서 또 욕심을 낼만하다. 하지만 그는 “특별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FA라는 생각을 갖고 한 곳만 바라보면 부상 위험도 있고 야구도 잘 안 된다. FA 결과가 잘 되든 안 되든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FA보다 팀을 더 생각하는 이유도 있다. 지난해 아쉬웠던 준우승의 기억 때문.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당연히 마음에 있다. 그래도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다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또 시즌에 나서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FA와 마찬가지로 부담감부터 버린 상태다.
하지만 개인적인 목표치는 뚜렷했다. 일단 완벽한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이 목표. 지난해 홈런과 타점 부문 개인 최고 성적을 거둔 이유도 비시즌부터 한국시리즈 끝까지 자신이 세워둔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한 모든 스케줄을 다 지켰기 때문이었다. 그는 “올해는 웨이트 중량과 체중을 더 늘렸다. 한 단계 더 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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