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19일 빅버드에서 수원은 승리에 대한 투지가 불탔다. 승점 1점은 필요없었다. 무조건 승점 3점만이 목표였다.
먼저 선두 전북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전북이 하루 전날 인천을 이기며 승점차는 8점. 우승 경쟁을 위해서는 성남을 무조건 꺾어야 했다. 오는 26일 전북과 맞대결도 예정돼 있어, 이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1,2위의 간극은 승점 2점으로 좁혀진다.
다른 하나는 수원의 자존심을 위해서다. 수원은 31경기 가운데 16승을 거뒀다. 그런데 성남만은 못 이겼다. 지난 3월 26일 원정에서 0-2로 패해 성남의 첫 승 제물이 됐다. 5개월 뒤(8월 24일) 홈에서 설욕을 다짐했지만 1-1로 비겼다.
↑ 수원은 19일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주며 성남과 2-2로 비겼다. 전 구단 상대 기록 수립이 무산됨과 동시에 선두 전북과 간극도 승점 7점이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수원으로선 자존심을 지키면서 전 구단 상대 기록을 세울 마지막 기회였다. 때문에 선수들의 정신자세부터 남달랐다. 서정원 감독은 “1주일 뒤 전북전이 있지만 오늘 경기를 꼭 승리하고 싶다. 성남에 못 이겼던 터라 선수들도 의지가 강하다”라고 밝혔다.
수원 선수들의 강한 승부욕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골을 만들어 냈다.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펀칭한 걸 김두현이 재치 넘치는 헤딩 슈팅으로 성남의 골문을 열었다. 시즌 첫 성남전 선제골이었다. “분명 기회가 많이 있을텐데 빠른 시간에 골로 넣어야 한다”라던 서정원 감독의 주문을 100% 완수했다.
하지만 성남만 만나면 이상하게 꼬이던 수원이었다. ‘천적’은 역시 까다로웠다. 그리고 그 관계를 깨는 건 쉽지 않았다. 수원의 리드는 5분만 밖에 가지 않았다. 정선호의 중거리 슈팅이 김동섭의 몸을 맞고 굴절된 게 수원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수원에게 허무한 동점골이었다.
분위기는 오히려 성남에게 넘어갔다. 성남의 카운트어택에 수원은 적잖이 애를 먹었다. 전반 18분에는 바우지비아의 중거리 슈팅을 정성룡이 가까스로 막아냈을 정도.
풀리지 않는 수원이었다. 최근 경기 막바지 극적인 골이 터지면서 승점을 쌓아왔던 수원이나 성남전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피해자가 됐다. 후반 36분 정대세가 성남의 밀집수비를 뚫고서 골을 넣으면서 수원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48분 수원 수비진이 방심하다가 제파로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셈이다. 비길 경기를 이겼던 수원인데 이번에는 이길 경기를 비겼다. 중요한 순간에 당한 터라 상처도 컸다. 1위와 승점 7점차가 된 수원은 전북과 두 번의 맞대결을 포함해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겨도
게다가 하필 그게 성남전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이상하게 성남전에서는 안 내줘도 될 골을 허용했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이에 대해 선수들에게 강조했는데 또 그런 골을 내줬다. 축구라는 게 알다가도 모르겠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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