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FC서울의 아시아 정복기는 깃발을 꽂기 직전에 멈췄다.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머니파워로 중무장한 광저우에게 룰(원정다득점)에서 반보 뒤에 있었을 뿐이다. 대부분의 호사가들이 광저우의 우세를 점쳤으나 보기 좋게 비웃었다. 명장 리피 감독의 표정에는 초조함과 불안감이 가득했다. 서울은 강했다. 아름다운 2등이었다.
2등에 그쳤으나 FC서울은 결국 1위에 올랐다. 형식적인 위로가 아니다. 우승 트로피는 비매너 광저우에게 돌아갔으나 대신 FC서울은 AFC로부터 가장 깨끗한 축구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았다. 2013 AFC 챔피언스리그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한 클럽은 FC서울이다.
FC서울의 AFC로부터 ACL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다. 최용수 감독이 지향하는 ‘무공해 축구’가 아시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FC서울은 이미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애석한 결과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온 최용수 감독은 “아쉽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고, 선수들과 함께 했던 지난 도전들이 참으로 행복했다”는 멋진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 갈 길이 멀다. FC서울과 함께 할 미래가 창창하다”면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FC서울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포부를 전했다. 그가 꿈과 동일시 하고 있는 ‘브랜드화’는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최용수 감독의 서울이 내세우고 있는 모토는 ‘무공해 축구’다. 중의적인 표현이다. ‘무조건 공격해’의 줄임말임과 동시에 ‘클린’ 축구라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화끈한 공격축구를 선보이면서도 페어플레이 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최용수 감독은 골을 많이 넣는 것만큼 파울이나 경고가 적은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지난 시즌 FC서울은 한 번의 연패도 없이 정상에 올랐던 성적은 물론 리그 최소파울로 페어플레이를 펼쳤다. 여기에 가장 많은 관중까지 동원하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리그를 선도했다. 최용수 감독도 “깨끗한 축구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며 흐뭇함을 전한 바 있다. 자타공인 K리그의 명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비단 ‘성적’만은 아니라는 지론이다. 올해 역시 그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다.
감독은 2년차 징크스, 팀은 우승 후유증을 겪던 지난 3월말 최용수 감독은 “예상은 했으나 도에 지나칠 정도로 상대가 거칠게 대한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나와도 우리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이제 K리그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야한다. 보는 이들이 즐거울 수 있는 축구,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축구를 펼쳐야 리그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면서 “FC서울 같은 팀이 그런 길에 앞장을 서야한다. 그런 책임도 있다. 우승팀다운, 큰 팀다운 자세를 보일 것”이라 강조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리그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ACL 준우승까지 차지한 FC서울은 ‘서울극장’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성적과 감동을 모두 잡았다. 그 어떤 팀보다도 깨끗한 플레이로 거둔 성과라 더욱 인상적이다.
K리그 클래식 4위를 달리고 있는 FC서울이 올 시즌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부문이 있다. 바로 팀 최소파울이다. 33경기를 치르면서 서울은 392개의 파울을 범했다.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클린’했는지를 알 수 있다. 300대는 서울이 유일하다. 400대 파울도 부산(482개)과 전남(489개) 뿐이다. 대부분의 팀들은 500개 이상의 파울을 범했고 심지어 인천은 663개의 파울로 가장 많다. 서울이 인천보다 2경기 덜
안에서 깨끗했던 FC서울은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FC 페어플레이상으로 ‘무공해 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도 증명되었음을 알렸다. 중동의 침대 축구, 중국의 안하무인 축구에 맞선 FC서울의 페어플레이인지라 더더욱 가치가 빛난다. FC서울은 이미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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