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지난 2000년 봉황기 덕수고와 광주진흥고의 결승전. 양교의 에이스는 류제국(LG 트윈스)과 김진우(KIA 타이거즈). 당시 초고교급 에이스 맞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결승서 진흥고가 6-0 영봉승을 거두며 김진우가 웃었다. 하지만 다음해 청룡기 결승서 다시 만난 두 에이스는 류제국이 삼진 12개를 엮어내며 대회 MVP를 석권한 사이 불펜에서 마운드에 오른 김진우가 5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두 에이스는 고교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며 맞승부 1승1패로 역사 속에 남았다. 그리고 12년이 흘렀다.
경기 전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잠실구장은 주말을 맞아 만원 관중을 이뤘고, 두 에이스가 바뀐 프로 유니폼을 입고 선발 마운드에 섰다.
경기 초반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김진우가 1회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먼저 1실점 했지만, 2회 류제국이 홍재호에 투런포를 얻어맞고 1-2로 역전을 당했다. 하지만 류제국이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는 동안 김진우는 크게 흔들렸다. 3회 이병규의 적시타로 2-2 동점을 내준 뒤 5회 수비 실책이 맞물리며 5실점으로 무너졌다.
김진우는 5회를 버티지 못하고 4⅔이닝 만에 9피안타 4사사구 4탈삼진 7실점(3자책)으로 조기 강판됐다. 반면 류제국은 5회를 버텼다. 7-2로 크게 앞선 6회 나지완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며 5⅔이닝 5피안타(2홈런) 2볼넷 4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팀이 7-4로 이긴 상황서 교체돼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후 LG는 필승 불펜조를 가동시키며 무실점으 방어로 류제국의 한국 무대 데뷔승을 도왔다.
류제국의 데뷔전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첫 한국프로야구 데뷔전서 잠실 만원 관중 앞 투구는 견디기 힘든 압박감이 어깨를 짓누를 만했다. 하지만 류제국은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배포 있는 투구를 선보였다. 욕심을 내지 않고 효과적인 투구로 KIA 타선을 맞춰 잡았다. 두 차례 홈런은 아쉬웠지만, 데뷔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상대가 김진우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 컸다.
게다가 이날 경기는 LG에게 중요했다. 최근 4연패에 빠진 LG는 승패 ‘-6’으로 전반기 최대 위기에 몰려있었다. 데뷔전에 나선 류제국에게 주어진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류제국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한국 무대 데뷔 첫 승과 함께 위기의 LG를 구했다. LG는 이날 승리로 4연패 탈출과 함께 15승20패를 기록하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LG의 13경기 연속 선발 무승의 벽도 허물었다. 부진했던 타선 집중
공백기를 거치며 100% 컨디션이 아닌 류제국의 첫 등판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은 제로점에서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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