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오사카) 김원익 기자]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은 경기 전 주먹밥을 먹는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은 한국에 비해서 프로야구의 태동이 46년 앞선다. 1936년 출범한 일본 프로야구와 1982년 프로팀이 생겨난 한국야구 사이에는 그 간극 이상의 차이가 있다.
고교 야구팀 숫자 4000개와, 세계 프로스포츠 관중동원 2위에 해당하는 일본프로야구(NPB) 연관중 총 2137만226명이라는 저변은 일본야구의 근간. 동시에 야구를 국기(國伎)로 숭앙하고 아끼는 일본 국민들의 인식은 ‘야구왕국 일본’을 만든 배경이다.
야구 인프라, 뜨거운 인기, 폭넓은 관심, 탄탄한 아마야구, 경제와 결합된 선진 모델 등 깊이와 풍부함를 동시에 아우르고 있는 문화이자 산업인 ‘일본야구’에 한국 야구는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일본의 야구를 엿봤다.
▲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 먹는 선수들
오릭스 버펄로스의 홈구장인 교세라돔과 호토모토필드, 한신 타이거즈의 고시엔 구장, 히로시마의 홈구장 마쓰다줌줌스타디움, 구레시영구장을 취재해본 결과 일본 프로야구 선수식당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니기리는 밥을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 뒤 김으로 한 면을 감싸주거나, 기호에 따라 깨, 당근, 오이, 햄, 참치 등의 다양한 재료가 밥의 안이나 겉에 들어가는 간단한 음식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삼각김밥과 같지만 내용물이 조금 더 간단한 편이다.
결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셈. 의외다. 그러나 결코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따로 쌀밥도 준비돼 있고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들과 초밥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뷔페식으로 마련돼 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한국보다는 식단 자체가 간소한 편이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하지만 일반적인 식단보다는 육류로 된 다양한 음식들과 과일, 간식거리의 비중이 높다. 김밥 등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보다는 육류비중이 많은 편.
보통 선수들의 식사량은 천차만별이다. 경기 시작 전임을 감안해 적당한 양을 먹는 선수들도 있고, 그릇 가득 음식을 담는 선수들도 있다. 식사량으로 주전과 비주전을 가릴 수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다. 주전으로 나서는 선수들은 식사량을 알아서 조절하고,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적은 선수들은 본인의 양만큼 식사를 한다.
결국 거창한 식사를 하지 않고 오니기리와 육류, 혹은 초밥과 스시, 과일,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국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셈. 경기 전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것은 모든 야구를 비롯해 스포츠 선수들 대부분이 비슷하다.
동시에 일본인들의 식성이 반영된 결과기도 하다. 일본인들이 점심으로 다른 음식과 곁들여서 간단하게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가 오니기리다.
오릭스의 관계자는 “영양과 맛을 모두 잡는 메뉴로 구성하고 있다. 식단은 주로 일본 선수들의 입맛에 맞춰져 있고, 육류가 많은 편이다. 대부분 경기 전 식사는 과하게 하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식당에는 TV가 설치돼 있고 선수들은 스포츠채널을 주로 시청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경기나 전날 경기 하이라이트 등을 보는 경우가 많다.
▲ 식당에서 밥 먹고, 치료하고 잠도 자고
한국과 일본 식당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용도를 확실히 구분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구레시영 구장 등 구장을 지은지 오래된 준연고지 개념의 낙후된 일부 경기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당이 오로지 밥을 먹는 용도로만 활용되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휴식공간은 당연히 별도로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선수들이 직원들 및 관계자들과 함께 식당을 사용하는 곳도 있고, 식당이 경기 전 휴식을 취하는 장소와 비슷하게 사용되는 곳이 많다. 원정팀들은 거의 예외 없이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밥을 먹고 그 자리에서 바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옷을 갈아입는 것과 치료를 하는 것도 같은 장소다. 별도의 락커룸 시설이 없고, 그마저도 있더라도 협소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는 구레시영구장 같이 낙후된 일부 구장을 제외하고는 원정팀을 위한 모든 편의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식당, 락커룸, 휴식공간, 치료실 등이 갖춰져 있다. 홈팀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원정경기를 치르는데 지장이 없는 시설설이
일본 선수들은 주먹밥을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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