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대학입학시험 ACT 문제와 답안이 한국에서 유출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 MBN이 단독으로 전해드렸죠.
이번에는 미국 입시에 주요하게 반영되는 AP 시험 문제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먼저 손성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1955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AP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대입 준비 프로그램이자 시험입니다.
올해 한국에서는 지난 5일부터 시작돼 내일(23일)까지 치러지는데 화학과 생물학 등 38개 과목으로 구성됐고, 일부는 컴퓨터로 치러집니다.
그런데 일부 시험 과목 문제가 통째로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MBN 취재진은 컴퓨터 화면을 캡처한 다량의 PDF 파일을 입수했습니다.
파일 윗편에는 남은 시험 시간이 표기돼 있는데 각 파일마다 5~6초 간격으로 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문제를 사전에 촬영했거나, 시험 도중 실시간으로 촬영해 유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 인터뷰 : A 씨 / 유학 학원 관계자
- "그날 시험 본 문제를 보내주더라고요. 시험 끝나자마자 돌아다녔다면 시험 전에도 아마 이게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해당 파일에는 인터넷 주소가 적혀 있었는데, 취재진이 접속해보니 같은 문항이 담긴 파일이 단체 대화방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 스탠딩 : 손성민 / 기자
- "취재진이 응시생을 가장해 접촉해보니, 가상화폐로 200달러만 보내면 AP 문제를 보내준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시험을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기존 종이 시험에서 반복되는 유출 문제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시험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면 전환했습니다.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험의 공정성이나 공신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MBN뉴스 손성민입니다. [son.seongmin@mbn.co.kr]
영상취재 : 현기혁VJ
영상편집 : 김상진
그 래 픽 : 송지수, 김규민
【 앵커멘트 】
그런데 이러한 문제 유출 의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시험지 유출 관련 정보가 공유되고, 학부모가 대놓고 학원에 '적중 문제'를 요구하는 등 너무나도 공공연해진 분위기라는 학원가 관계자들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이어서 장동건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MBN 취재진과 만난 서울 강남의 유학 학원 원장들은 "최근 학원가에서 AP 시험 유출이 일상화됐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시험지를 사전에 판매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이트 주소가 공유되고 있다는 겁니다.
해당 사이트에는 지난 6일 AP 국제시험 문제를 예약받는다며 시험 시작 30분~1시간 전 미리 받아볼 수 있다는 문구가 게시됐습니다.
가격은 1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만 원인데 전자지갑의 계좌 주인 이름은 중국어로 쓰여 있습니다.
일부 과목의 문항도 견본으로 올려놨는데 전부 이번 시험에 출제된 문항과 동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유학 학원 원장
- "학생이 보내준 몇 개 화면이 있었는데 실제 시험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시험 문제들을 확인한 바가 있습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모 학원의 강사가 지난 5일에 치러진 AP 시험 전, 수강생들에게 답을 불러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B 씨 / 유학 학원 원장
- "'내가 이걸 구하느라 정말 많이 애를 썼다'…특강 정리하는 식으로 생각해서 들어왔다가 학원 측에 항의했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이러한 소문을 듣고 대놓고 문제를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었습니다.
▶ 인터뷰 : C 씨 / 유학 학원 강사
- "'시험 전날 아이가 불안해하고 그 학원에 그 학교 학생들은 문제를 다 제공받았다고 하는데 여기는 적중 문제를 제공하지 않나요'라고…."
부당한 방법을 써서라도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비뚤어진 교육열과 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일부 강사들의 검은 거래가 공정한 입시 환경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장동건입니다.[notactor@mk.co.kr]
영상취재 : 안지훈 기자
영상편집 : 김미현
그 래 픽 : 박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