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와 외무장관을 지낸 '고위 공무원'으로 청렴하고 엄격한 공직 생활의 대표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남은 10달러의 공금을 반납, 집무실에선 전화 한 통, 종이 한 장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일화는 관가의 전설로 남아 있지요.
그런데 이런 청백리의 모습과는 아주 딴판인 일들이 요즘 우리 관가와 공공기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법인카드로 수천만 원의 술값과 호텔비 등을 결제하며 흥청망청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 고위 간부의 간 큰 횡령이 알려졌죠.
디지털산업본부 소속 2급인 A 씨는 지난 3월 회의비로 쓰겠다고 보고한 뒤 12일 동안 광주광역시에서 3천300여만 원을 결제했는데, 술집에서 쓴 것만 14차례에 걸쳐 2천838만 원이나 됩니다.
2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술집에 14번이나 들러
한 번에 200만 원 이상씩 돈을 뿌리고 다닌 겁니다.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쇼핑몰에선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사는 데만 148만 원을 썼는데 모두 지방 출장과 회의를 명분으로 한 씀씀이였습니다.
윗물이 맑지 않으니 아래도 뻔하겠죠.
서류를 조작해 교육훈련비를 타내는 등의 비위로 정직 징계를 받은 3급 직원을 비롯해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직원도 최근 5년간만 18명에 달합니다.
사이버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를 지원하라고 국민 혈세를 퍼줬더니 해킹을 막으라고 준 그 돈을 말 그대로 국민 혈세를 해킹해 빼돌리는데 쓰다니요.
자기 식구들이 빼가는 돈도 못 잡아 내고 심지어 수천만 원을 쓰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이들이 과연 진짜 해커들은 잡을 수 있을까요. 외부에 있는 해커는 실력이 훨씬 더 뛰어날 텐데요.
아빠 찬스, 선관위의 지인 찬스에 이어 이젠 법카 찬스까지.
찬스, 기회가 많다는 건 참 좋은 건데 왜 우리나라에선 이 찬스라는 말이 이렇게 씁쓸하게만 들리는 걸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청백리는 희망사항인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