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어느 회사원이 온라인에 "솔직한 휴가 사유"라고 올려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놀라게 했던 휴가원 일부입니다.
갖가지 사유를 만들어 연차를 내는 여느 직장인과 다른 대담한 모습에 누리꾼들은 "용기와 패기에 박수를 보낸다"라며 마음대로 휴가를 쓸 수 없는 현실을 한탄했죠.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요?
'어느 직장에서 연차를 다 쓰나.'
직장인 A씨가 연차 사용 권리를 주장했다가 상사에게 들은 말입니다. 이후 A씨는 업무 하나하나에 문제 제기와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직장인 천 명을 조사한 결과 '자유롭게 연차 휴가를 쓸 수 없다'라는 응답은 30.1%, 회사가 작을수록 연차를 잘 쓰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연차 휴가와 결합하면 안식월 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게 됩니다.'
정부는 초과 근로 시간을 휴가로 적립해 근로자들이 회사 눈치 보지 않고 '제주도 한 달 살기' 같은 장기휴가도 갈 수 있게 하겠다죠.
그런데 2021년 연차유급휴가 사용률만 봐도 평균 58.7%, 75.3%였던 2019년에 비해 17% 포인트나 줄었습니다. 과연 직장인들이 쉬기 싫어서 연차를 안 썼을까요. 이 와중에 정부 말대로 1개월 휴가를 떠나는 '간 큰' 직원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일만 많이 하고 쉬지도 못하고 못 간 휴가를 돈으로도 보상받지 못하면요? 요즘 의무 연차다 해서 연차를 안 써도 비용으로 보상해주지 않는 곳도 허다하죠.
법 개정이 제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은 건 좋은 취지와 다르게 실생활에선 예외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먼저 근로 시간부터 정확하게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구축하십시오. 그리고 주어진 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는 직장 내 갑질 문화부터 바꾸는 구체적이고 파격적인 어느 정도 강제적인 실행방안부터 만드십시오.
그렇지 않는다면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몇몇 대기업 근로자들만 혜택을 보는 단순 홍보용 '대국민 캠페인'에 그칠 겁니다.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 국민이 훨씬 더 많다는 건 정부가 더 잘 알지 않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휴가 못 가는 '갑질 문화' 어쩌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