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은 우리 주변의 많은 화산들이 여전히 활동 중임을 알려줬다. 2025년에 백두산 화산이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설’도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인간이 그 깊은 땅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밀히 알 수 없듯이 백두산 화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분화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한결같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백두산은 언젠가 폭발한다’이다.
지난 2월6일 새벽 2시6분,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북쪽 약 108km 지역에서 강도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다. 동 시간대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서북서쪽 62km, 37km지역에서도 규모 6.7, 7.8의 강진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약 100여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단숨에 폐허가 되었다. 건물과 집 수천 채가 폭삭 주저앉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4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부상자 또한 10만 명을 넘었다. 미국지질조사국은 사망자가 최대 10만 명에 달할 확률이 14%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저명한 지진과학자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된 건물 잔해에 약 20만 명이 더 묻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규모 9.1의 지진에 비하면 강도는 약하나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진은 일명 ‘불의 고리’라 불리는 불안정한 지각의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자주 발생한다. 지구상에는 모두 3개의 화산 지진대가 존재한다. 앞의 환태평양 지진대와 인도네시아-히말라야-지중해 지진대, 그리고 해령 지진대가 있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은 아라비아판, 아프리카판, 유라시아판, 아나톨리아판 등 4개의 단층대가 부딪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진, 태풍,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는 인간이 예측할 수 없다. 설사 예측한다고 해도 손써볼 수 없어 과학문명의 발전을 자랑하는 인간을 가장 초라하게 만든다. 더구나 이러한 자연재해는 해마다 증가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학자들은 그 원인을 산업화, 물질의 풍족함, 자연 파괴에서 오는 자연의 역작용, 즉 기후 변화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지구는 점점 더워지고 그로 인해 대기와 태양빛의 변화, 영구동토층의 붕괴 등이 일어났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는 수만 년의 동안 발휘된 자정 기능을 점점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는 자연재해 중에서도 인류의 역사, 지구의 생태계에 가장 큰 변화를 주는 자연재해는 무엇일까. 많은 지질학자, 기상학자들은 그것이 바로 화산 분화, 즉 화산 폭발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화산 폭발의 위력을 알고 있다. 서기 79년 화려한 도시 폼페이를 하루 만에 땅속에 고스란히 파묻어 버린 베수비오 화산 폭발, 화산 폭발로 인한 이상 저온과 기근 발생으로 결국 프랑스 혁명과 유럽 왕정을 위태롭게 하면서 유럽과 세계의 역사를 바꾼 1783년 아이슬란드 라키 화산 폭발, 1815년 사망자 10만 명이 발생하고 그 해 여름을 실종시킨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1985년 콜롬비아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 폭발은 만년설을 녹여 무려 5만 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근래는 2011년 지진과 쓰나미로 동일본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일본의 동일본대지진을 들 수 있다. 2014년 9월에는 일본 온타케산이 폭발해 단풍놀이를 온 관광객 등 약 100여 명이 희생되었다. 특히 일본 온타케산의 폭발은 아무런 징조나 전조 현상 없이 화산이 분화해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는 수백 년 동안 자연재해 중 지진이나 화산 폭발에서만큼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생활해왔다. 한반도는 지각이 불안정한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살짝 벗어나 비교적 안정적인 유라시아 판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가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백두산의 분화이다. 2019년 지진이 발생하여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는 내용의 영화 ‘백두산’도 개봉되어 ‘만약에’에 현실성을 부여하기도 했고 얼마 전 TV교양 프로그램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 관련 방송을 내보내 포털 검색에서도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살아남는 법’이 등장할 정도다. 백두산 화산 폭발, 물론 만분의 일이라도 가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가설이 현실이 될 확률이 단 1%만 있더라도 우리는 이를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백두산은 사실 ‘활화산급 휴화산’이다. 학자들은 1만 년 안에 화산 활동을 한 적이 있으면 이를 활화산으로 구분한다. 946년 백두산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위력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당시의 ‘밀레니엄 대분화’로 1년여 동안 뿜어낸 화산재는 동해에 10cm 이상 가라앉았고 일본의 훗카이도와 혼슈 북부에는 5cm 두께로 쌓였다. 이 화산재의 양은 남한 전체를 약 1m 두께로 뒤덮을 엄청난 규모였다. 또 폭발 시 화산 쇄설물과 화산 가스가 혼합된 화쇄류, 화산재와 물이 결합되어 흐르는 화산류의 피해도 엄청났다. 화산재는 성층권까지 올라가 그곳에 머무르며 태양빛을 차단해 지구의 온도를 떨어뜨렸다. 당시 백두산 화산 폭발의 위력은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약 16만 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 뒤 기록에 의하면 백두산은 1014년, 1124년, 1199년, 1265년, 1373년, 1401년, 1573년, 1597년, 1654년, 1668년, 1673년, 1702년, 1903년, 1925년에 크고 작은 분화를 했다. 물론 이 중에서 마지막인 1925년 백두산 분화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당시 소련과학원 원동지부 연구진인 ‘1925년에 백두산 천지에서 화산재와 수증기기 솟구치는 것을 보았다’고 기록했지만 이 기록은 북한에만 남아 있고 또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서 1903년 백두산 천지 분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의견도 있다.
이 백두산 분화가 발생한 주기에서 하나의 가설이 발생했다. 1800년대에는 분화가 없었지만 946년 대폭발 이후 거의 100년 주기로 큰 분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해서 일부에서는 1925년 백두산 분화를 근거로 ‘100년 주기설’에 의해 2025년 백두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가설이 나오는 것이다. 이 2025년 백두산 화산 폭발설에는 근거 없는 가설이라는 의견과 나름 합리적 추론이라는 의견, 모두 있고 양쪽 다 과학적 논거도 있다. 물론 두 가지 의견의 공통점 하나는 ‘백두산은 언젠가 폭발한다’이다.
백두산이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는 많다. 일테면 화산은 몇 가지 분화의 요건이 있다. 그 첫째는 마그마의 응축이다. 지구의 중심부는 핵이다. 그 위에 맨틀이 있고 암석층이 맨틀을 덮고 있다. 맨틀 위에는 우리가 지각이라고 하는 지구의 표면이 있다. 지각은 약 10개의 거대한 판으로 되어 있고 이 판은 매년 몇 cm씩 움직인다. 그러다 판이 충돌하면 밀도가 높은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 판을 밀어 올린다. 그 과정에서 온도와 압력이 상승해 맨틀의 암석이 녹아 마그마를 형성하고 이 마그마가 오랜 시간 축적돼 거대한 마그마의 집합체 즉 ‘마그마 방’이 확인되면 그 화산은 분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마그마 방이 백두산에 축적되어 있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되었다.
중국은 물론 북한과 영국의 국제공동연구에서도 백두산 지하 약 7km에 마그마 방이 있다고 한다. 또한 그 마그마는 2002년에서 2005년도까지, 백두산 화산이 활발히 활동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던 시기에 천지 밑 약 2km까지 근접했다. 백두산 마그마 방 존재에 대한 학술 발표도 있었다. 2016년 북한, 미국, 영국 연구진이 공동으로 2013년부터 약 1년간 백두산 천지 약 60km 지점에 6개의 지진계를 설치해 백두산을 연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북한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당시 발표는 백두산 천지 밑 약 5~10km 지점에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크기는 서울 면적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 지진계에 의한 마그마 존재 탐사는 지진 발생 진동파인 P파, S파로 측정한다. P파는 진원지에서 지표까지 곧바로 전달되고 S파는 마그마 등을 만나면 속도가 느려진다. 이처럼 P파와 S파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백두산이 활화산이고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는 증거는 더 있다. 일테면 백두산의 화산성이 증가되어 마그마의 압력이 지표에 올라올 때의 현상이다. 백두산은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화산성이 증폭되었다. 평소 월 평균 7건 정도였던 지진 발생도 평균 72건으로 증가했고 심지어 월 240여 회의 지진이 발생한 적도 있다. 또한 천지의 물 온도도 상승했다. 평소 천지의 온도는 약 섭씨 70도. 하지만 2011년에 77.7도, 2015년에는 83도까지 상승했다. 이 당시 천지 주변의 많은 나무들이 고사했는데 이는 마그마 활동으로 배출되는 화산 가스의 영향이다.
이를 근거로 이른바 백두산 100년 주기설에 맞춰 2025년 백두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예측과 가설이 퍼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백두산의 화산성이 잠잠해져 지진 발생 건수, 천지의 온도 역시 정상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백두산 폭발에 대한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답, 즉 ‘백두산은 활화산이고, 마그마 방에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웅축되어 있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그 규모와 피해는 어느 정도일까. 우선 백두산이 갖는 외형적 크기가 ‘슈퍼 화산’임을 알려준다. 백두산의 분화구인 천지는 최대 수심 360m에 달하고 또 높은 곳에 위치하며 직경 5km 칼데라 호수 천지에는 약 20억 톤의 물이 저장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이산화탄소가 가득하다. 만약 백두산 화산이 분화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946년 대폭발 이후 약 1000년간 응축된 마그마와 화산 가스 등이 강력한 힘으로 이를 발휘할 가능성 때문이다. 분화가 시작되면 먼저 뜨겁게 달아오른 20억 톤의 물은 사방으로 흘러내릴 것이다. 20억 톤의 물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다. 이것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면서 모든 것을 다 쓸어버리고 일대 수십km는 물에 다 잠길 것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주성분인 화산 가스가 터져 나오면서 반경 50km 안에 있는 모든 동식물은 질식하고 고사할 것이다. 백두산이 배출하는 용암과 화산재가 다음 순서다. 마치 뜨거운 쇳물 같은 용암은 흘러내리면서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작은 돌 조각 덩어리인 화산재는 엄청난 속도로 지상을 폐허로 만들며 주변을 모두 덮을 것이다. 화산재에는 전도체인 돌가루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 화산재 폭탄은 디지털 세상을 단숨에 원시시대로 만든다. 화산재가 마치 EMP폭탄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기, 통신, 교통, 의료, 산업, 발전 시설 등은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리고 성층권까지 올라간 화산재는 태양빛을 차단해 한반도 주변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이는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2015년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윤성효 교수 연구팀은 ‘화산재해 피해예측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북동풍이 부는 시기에 백두산 화산이 분화하면 남한 전역은 화산재에 쌓이고 백두산 폭발 8시간 후 강원도, 그리고 48시간 안에 전남 서남쪽을 제외한 남한 전체에 화산재가 덮힐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앞서 2011년 국립방재연구원도 백두산 폭발을 연구했다. 백두산이 겨울에 폭발하면 화산재가 8시간 후 울릉도에 그리고 12시간 뒤에는 일본에 유입될 것이며 20억 톤의 천지 물로 인해 북한의 양강도, 중국 지린성 일대는 대홍수가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이때 쏟아지는 물의 양은 시간당 약 800mm로 우리나라에서 연중 강수량이 많은 지역의 약 6개월 치가 한 번에 물폭탄처럼 쏟아지는 것이다.
성층권으로 올라간 화산재는 제트 기류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 동해, 일본 홋카이도, 혼슈를 통해 태평양으로 흐른다.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백두산이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폭발한다면 남동풍의 영향으로 중국 북동부, 러시아 남동부로 화산재가 유입될 것이고, 가을과 봄 사이에 폭발을 일으키면 일본이나 태평양쪽으로 가는 것이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북동풍이 부는 시기에 백두산이 분화를 일으키면 한반도 남쪽은 그 영향을 정면으로 받게 된다.
최근 일어난 제주 서귀포, 충북 괴산, 인천 강화 지진이 백두산 폭발의 전조 현상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학자들은 이를 지나친 억측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백두산 폭발이 일종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즉 현재 화산성이 잠자고 있는 제주도 한라산, 울릉도 해저, 추가령 구조대, 양산, 신갈 단층 등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이런 연쇄 반응이 최악의 경우 ‘불의 고리’의 끝을 건드리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일본, 캄차카 반도,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물론 남태평양 섬 지역과 심지어 미국 서부와 멕시코 일대에 마치 시한폭탄처럼 잔뜩 웅크리고 있는 환태평양 화산대의 활동을 유발할 수 있다.
지진이나 화산학자들이 염려하는 부분이 또 있다. 그것은 북한의 핵실험이다. 북한 지역에서도 대개 백두산과 가까운 북쪽에 위치한 핵실험장에서 대규모, 빈번한 핵실험으로 인해 백두산의 화산성이 살아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백두산의 마그마 층이 자극을 받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지만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연재해와 천재지변에 가까운 일까지 염려하면서 살아가기에는 우리네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 치열하고 고되기 때문이다. 조금은 궁색하지만 그저 ‘내 생애에는 일어나지는 말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준비하고 대비할
(※ 위 사진들은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관련이 없습니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0호(23.3.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