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태어나 조선총독부가 한글을 금하는 바람에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한 할머니들은 일흔이 넘어 우리글을 깨우쳤습니다.
글꼴을 만들기 위해 칠곡 다섯 할머니는 넉 달간 각각 2,000 장씩 글씨 연습을 했다죠. 그리고 마침내 선보인 칠곡할매글꼴은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에 정식 폰트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우리 국회에서는 이런 할머니들의 한글 열정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못난 일이 벌어졌죠.
'가' 또는 '부'를 적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우, 무, 부' 도대체 구별이 안 되는 글자와 아예 뭘 썼는지도 모를 글자가 나왔고.
'국회의원이 한글도 못 쓰나. 투표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무슨 국회의원이냐?'는 등의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 겁니다.
국회의원은 뛰어난 인물 혹은 국민에 의해 뽑혔다 해서 '선량'이라 불리죠.
그런데 민의의 전당에서 간단한 자기 의사표시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이런 바보 같은 의원들을 국민들은 바라봐야 하는 겁니다.
물론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찬성, 반대뿐 아니라 분명 '기권'이라는 방법이 있음에도 애매한 글씨로 "난 분명 한 표 행사했어"라는 식의 책임회피는 국민을 대표해 달라며 표를 준 국민을 기만하는 거 아닐까요.
구순을 바라보는 추유을 어르신은 "살다 보니 내 글자도 만들고 내 인생 참말로 괜찮네"라며 칠곡 서체의 주인공이 된 기쁨을 털어놓았다죠.
금배지를 달았지만 정작 내 글씨 내 생각 하나 변변치 못한 두 분 국회의원께 여쭙고 싶습니다.
두 분은 칠곡 어르신보다 더 나은 인생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의원이 '가·부' 글씨도 못 쓰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