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자M] 진즉 있었더라면... / “8,100원 벌었어요” / 1,300억 유산 전쟁

【 기자 】
사건사고와 사회 이슈를 살피는 사회기자M, 한범수, 정태웅입니다.


1. 진즉 있었더라면...

[정태웅]
때늦은 후회가 느껴지는 말이군요. 뭐가 있어야 했다는 거죠?

[한범수]
저 이면도로 옆에 있는 보행자 통행로 말하는 겁니다.

[정태웅]
그냥 평범한 인도로 보이거든요. 최근에 설치했나 보죠? 없었다고 후회할 정도인가 싶은데요.

[한범수]
저기가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이거든요. 지난해 말, 별거 아닌 저 보도조차 없어서 아홉 살 어린이가 안타깝게 희생됐습니다.

[정태웅]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기억나는 사건이 하나 있긴 합니다. 다시 짚어주시죠.

[한범수]
네, 서울 언북초등학교에 다니던 이 모 군,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습니다. 운전자에게 일차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보도와 차도가 분리돼 있었다면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습니다.

[정태웅]
이후 공사를 했나 보죠? 지금은 있는 거 보면요.

[한범수]
네, 많이 늦긴 했죠. 결국, 보행자 전용 통행로 만들었고요, 주변 도로들이 일방통행으로 바뀌었습니다. 과속 표시도 나오고요. 겨울 지나면 인도 옆에 울타리도 설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인터뷰 : 이지현 / 초등학생
- "저희 엄마가 길 생겼다고 사고 안 난다고, 방과 후에 애들이 안전하다고 좋아하셨어요."

▶ 인터뷰 : 조명우 / 학부모
- "이런 시설이 학교 주변에는 당연히 들어갈 수 있게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태웅]
여기는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 그런데 혹시 다른 학교들은 어떤 상황인가요?

[한범수]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는데요. 보행자 보도가 완전히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46.5%나 됐고요. 전체 8.3%는 인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태웅]
장소만 바꿔서 비슷한 사고가 또 터질 수 있다는 말로 들리거든요.

[한범수]
네, 그래서 교육 당국은 학교 담장이나 축대를 뒤로 밀어서라도 통행로를 확보하겠다고 했는데요. 조금씩 안전 상태가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더 서둘러야겠습니다.


2. “8,100원 벌었어요”

[한범수]
무슨 얘기죠?

[정태웅]
제가 1시간 동안 일해서 번 돈입니다.

[한범수]
최저 시급이 9,620원인데, 조금 못 미치네요. 무슨 일 하셨는데요?

[정태웅]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담배꽁초 줍기 캠페인인데요, 직접 한 번 해봤습니다.

[한범수]
담배꽁초가 미관상 많이 안 좋긴 하네요.

[정태웅]
네, 비흡연자이다 보니 평소에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거리 곳곳에 꽁초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한범수]
고생 꽤나 했겠네요. 주운 다음에는 어떻게 처리했나요?

[정태웅]
가까운 주민센터에 방문해 양식 작성 후 무게를 재면 되는데요. 1g당 30원이었고요, 저는 270g을 주워서 8,100원을 받게 됐습니다.


▶ 인터뷰 : 손지운 / 성동구청 청소행정과 주무관
- "제도 시행 초기이다 보니까 매월 15명 내외분이 참여해 주고 계시고, 무게로 따지면 월 30kg 정도 배출을…."

[정태웅]
다만, 앞서 다른 구에선 같은 형식의 캠페인을 하다 예산 등의 문제로 중단한 적이 있었습니다.

▶ 인터뷰 : 손지운 / 성동구 청소행정과 주무관
- "(캠페인이)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들 인식이 개선돼서 담배꽁초 무단 투기를 줄이고 환경도 많이 개선됐으면 하는…."

[한범수]
좋은 취지임을 잘 살려서 앞으로 이어지면 좋겠네요.


3. 1,300억 유산 전쟁

[정태웅]
누가 이런 전쟁을 벌이는 거죠?

[한범수]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싸움이 났습니다.

[정태웅]
소송 액수를 보니까 보통 집안은 아닐 거 같아요.

[한범수]
네, 내의 전문업체 BYC 소유주 일가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고 한영대 회장의 아내 김 모 씨, 지난해 남편이 별세한 이후 상속 유류분을 다 받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정태웅]
잠깐만요! 상속 유류분이 뭔지 설명해 주실까요? 개념이 어렵네요.

[한범수]
네, 고인이 재산을 제삼자에게 물려줬더라도 배우자와 자녀, 부모님, 형제·자매는 일정 비율만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받은 재산을 상속 유류분이라고 합니다.

[정태웅]
그걸 못 받았는데, 왜 아들한테 달라고 하는 거죠?

[한범수]
아들인 한석범 현 회장이 재산을 내놔도 될 상황이라고 본 겁니다.

▶ 인터뷰(☎) : BYC 법인 관계자
- "사실 저희는 입장이 없어요. 왜냐면 이게 개인적으로 진행되는 거잖아요. 회사로 (소송이) 걸려 온 것도 아니고…."

[정태웅]
한석범 회장이 재산을 나눠줘도 된다고 본 이유, 뭐였나요?

[한범수]
한 회장이 과거에 슬금슬금 증여받은 적이 있는데, 그게 상속 규모를 작게 하는 결과를 초래해 어머니가 피해를 봤다는 겁니다.

[정태웅]
과거 물려준 돈은 고려하지 않고 상속 재산을 나누다 보니까 한 회장이 더 많이 가져가게 됐다, 이런 논리네요.

[한범수]
그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버지인 고 한영대 회장은 1980년대 말부터 계열사 설립을 도와준 뒤 BYC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여한 바 있습니다.

[정태웅]
그렇군요. 앞으로 법원이 법리와 증거에 따라 잘 처리하겠죠. 다만, 부모-자식 간에 일어난 유산 다툼이 곱게 보이진 않습니다.

한범수 기자 [han.beomsoo@mbn.co.kr]
정태웅 기자 [bigbear@mbn.co.kr]

영상취재 : 이성민 기자
영상편집 : 고지훈, 이동민
그래픽 : 송지수

#MBN뉴스 #한범수기자 #정태웅기자 #사회기자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