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 부처를 장악하고 국정을 펼치는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각 부처가 정부 말을 듣지 않고 중구난방이라면 국정운영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기때문이다.
경찰청도 정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정부 행정기관중 한곳일 뿐이다.
경찰이라고 해서 다른 대우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 경찰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게 팩트다.
그만큼 요사이 고위 경찰 일부가 정부의 합법적인 통제를 거부한채 집단항명을 하는건 한마디로 '희한한 일'이다.
행정안전부내에 경찰국을 설치하는것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정을 위임받은 정부가 법에 따라 하는 민주적 통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를 거부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경찰청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을 이유로 대는데 억지스럽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예전 정권은 어느누구 할 것없이 민정수석실을 통해 암암리에 은밀하게 경찰인사와 조직을 주물러왔다.
5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감사원 등 사정기관 관련 정보와 인사를 틀어쥔채 이들 기관을 쥐락펴락해온게 민정수석실이다.
그리고 이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통제와 지휘를 받는 경찰은 권력의 충견이 될수 밖에 없었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하에서 경찰이 정권 이해가 달린 수사를 뭉개거나 덮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건 이때문이다.
드루킹 댓글조작·울산시장 선거부정에 대한 경찰의 수박 겉핥기식 수사와 4년전 지방선거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하명수사 논란은 경찰이 자초한 것이다.
민변 출신 법무차관 음주폭행 축소 시도, 대학측이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대통령 비판 대자보를 붙인 청년에게 '건조물 무단 침입' 혐의를 씌워 쇠고랑을 채우기도 했다.
이처럼 예전 정권하에서 경찰 중립·독립성이 훼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경찰이 집단항명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적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처럼 과도한 권력을 휘두르고, 비공식적으로 경찰조직과 인사를 주무르는 민정수석실을 대선때 공약한대로 폐지했다.
대신 공식적인 루트로 경찰조직을 통제하기위해 행안부 경찰국을 설치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다.
그런데도 청와대 통제는 받겠지만 경찰청이 법률상 소속돼 있는 행안부 통제는 안받겠다는건 앞뒤가 안맞는 억지 아닌가.
기존에 해온대로 청와대 권력과의 직거래를 통해 밀실에서 음습하게 수뇌부 몇명이 모여 경찰 고위인사 짬짜미를 하고 정권수사를 덮는 구태를 되풀이하겠다는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밀실에서 이뤄지는 경찰 인사와 통제, 그리고 국민이 다 지켜볼수 있는 행안부를 통한 관리감독중 어느게 더 투명한 행정인가.
당연히 후자다.
이걸 반대하는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집단항명 책임을 물어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경찰인사는 경찰국 설치를 '행정쿠데타' '독재로의 회귀' '공안 통치 부활' 운운하고 있다.
한편의 코미디 같은 주장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에는 기가찬다.
뭔가 심각한 착각을 하는듯하다.
도대체 닭의 모가지는 누가 비틀고 있나.
지난 5년간 온갖 수단을 동원해 검경을 장악하고,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막고 뭉갰던게 전정권 사람들이다.
이과정에서 경찰 중립성과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는데도 일언반구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게 경찰 이다.
일각에선 경찰국 설치가 31년전'내무부 치안본부' 부활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기까지 했다.
지금 세상이 달라졌다.
민주화된 나라에서 국민들이 두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는데 정부가 과거 군사독재시대때 했던것처럼 공안통치에 나설것으로 선동하는 것 자체가 시대퇴행적이다.
그리고 이미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국 모두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생각도 없다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법에 따른 경찰국 설치 자체가 문제가 될수는 없다.
혹여 경찰국내에서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하는 불법 편법 탈법이 벌어진다면 국민이 용납치 않을 것이다.
경찰국 대신 경찰위원회를 강화하자고 하는것도 가소로운 주장이다.
지난 수년간 경찰위원회가 유명무실화된것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더니 왜 이제와서 경찰위원회 강화 타령인가.
심지어 지금 경찰위원회는 전정권에서 임명한 민변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윤 정부는 지난 5년간 전정권의 무능과 실정에 실망한 국민이 선택한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이끌도록 국민들이 권력을 위임했다.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합법적인 경찰국 설치를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막아서는건 국민에 대한 도전이자 항명이다.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는 일부 경찰의 명분 없는 떼쓰기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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