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화재진압 중 입은 부상으로 수술을 받다가 수혈로 인해 간암이 발생했고, 이를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이 또한 공무상 재해로 봐야 적합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소방관이던 A씨는 1984년 11월 불이 난 건물 2층 창문으로 실내에 진입하려다 감전돼 쓰러졌고, 오른쪽 허벅지를 관통한 유리 파편은 신경을 끊었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수술대에 올랐으나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상태였기 때문에 급한 대로 동료로부터 수혈을 받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내준 동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로 판명됐고, 2000년 간암을 진단받아 2003년 사망했습니다.
A씨는 2011년 5월 'B형 간염, 간경변, 간암'을 진단받고 증상이 악화되어 2013년 6월 퇴직했습니다.
병원에선 남은 수명이 2∼3개월이라고 했고, 식사나 거동이 힘들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진 그는 퇴직 20여 일 뒤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습니다.
A씨의 죽음은 '공무상 재해'로 판정됐습니다.
2018년 법원은 A씨의 간암 발병 원인이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의 혈액 수혈로 볼 수 있고, 신체적 후유 장애와 불안, 우울, 비관적 심리상태가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인사혁신처는 순직유족보상금 지급을 가결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유족은 "A씨의 죽음은 순직을 넘은 위험직무순직"이라며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를 청구했습니다.
위험직무 순직공무원이 인정되려면 소방공무원이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작업 중 위해를 입고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경우여야 가능합니다.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하거나 재직 중의 부상·질병으로 퇴직 후 숨지는 경우인 '순직'과 달리 A씨의 죽음은 화재 진압이라는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 입은 부상이 근본 원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요건에 맞지 않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은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사망이 위험직무순직이라고 판단했고,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도 최근 인사혁신처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A씨의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오늘(24일) 대법원은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돼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본 원심의
이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는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뤄지는데, 소방공무원이 사망할 경우 유족이 받는 보상은 생활 안정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보상 범위를 확대했다"며 "요건을 판단함에 있어 이런 입법 목적과 개정 경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