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의 신상공개 때 경찰이 공개한 신분증의 사진이 실제 얼굴과 달라 논란이 일었었죠.
현행법에서 피의자의 현재 얼굴을 강제로 공개하는 규정이 없다 보니 생긴 문제인데, 애초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종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2009년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인 이른바 '강호순 사건'.
당시 일부 언론에서 강호순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논의 끝에 국민 알 권리와 재범 방지란 취지에서 이듬해 강력 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특정강력범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거쳐 특정 피의자의 이름과 나이 등을 공개하도록 한 겁니다.
이후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피의자인 김수철을 시작으로, 수원 토막 살인사건의 오원춘, 어금니 아빠인 이영학 등의 신상정보가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2019년 전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고유정 사건'은 신상정보 공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을 불렀습니다.
공개 결정이 나면 언론 취재 과정에서 자연스레 얼굴이 공개됐는데, 고유정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며 노출을 피한 겁니다.
(현장음) 야! 고개 들어. 야! 고개 들어.
경찰은 법무무와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을 거쳐 지난해 다시 내부 규칙을 개정했고, 피의자의 신분증 사진을 공개하는 방식을 취해 왔습니다.
하지만 피의자 스스로가 얼굴을 가리면 이를 강제로 공개할 수는 없고,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사진 역시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다 보니 최근 서울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의 사진 속 얼굴이 현재 모습과 다르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됐습니다.
▶ 인터뷰 : A 씨 / 강윤성 자택 인근 주민
- "처음에 (경찰이 공개한) 사진 봤을 때 '얼굴이 완전히 다르네' 그랬죠. 지금 현재 모습을 공개를 해줘야 사람들이 보면 알죠. 그렇잖아요."
국민 알 권리와 재범 방지라는 애초 취지에 맞도록 강제로 얼굴을 공개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일고 있는 이유입니다.
▶ 인터뷰(☎) : 이웅혁 /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경각심과 여죄 수사의가능성도 높이는 차원에서 소극적 공개에서 벗어나서 적극적 공개로 전환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20대 국회에서 '피의자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하지만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고, 피의자 신상공개는 대중의 복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승재현 /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들어가는(송치) 시점의 얼굴은 재범의 위험성과는 관계가 없다.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한다든가 (피의자 가족의) 2차 피해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신상공개는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은…."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의 모습을 경찰이 촬영해 언론사에 제공한 뒤 공개 여부는 언론사에 맡기자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신병이 확보된 피의자의 모습을 촬영해 언론사에 제공하는 미국의 이른바 '머그샷 제도'가 그 사례입니다.
경찰청은 실효성 있는 신상공개 제도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 훈령을 바꾸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종민입니다.
영상취재 : 정지훈 VJ
영상편집 : 유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