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가 지난 2010년부터 유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한다.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 대입에서의 고교 정보 블라인드 정책, 학령인구 감소 등 자사고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17일 서울시교육청은 숭문고가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서울 소재 자사고 가운데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사례는 동성고, 한가람고에 이어 숭문고가 세 번째다.
앞서 숭문고는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뒤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지정 취소소송 1심에서 지난 3월 승소했다. 그러나 운영상 어려움이 가중되자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입장문을 통해 "자사고 폐지 정책, 새로운 대입 정책, 고교 전면 무상교육 시행 등으로 인해 자사고는 학생 충원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숭문고의 경우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숭문고는 내년 신입생 모집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고, 기존 재학생에 대해선 자사고 형태를 유지한 채 운영한다.
숭문고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입학정원이 224명인 일반전형에 132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0.59대 1에 그쳤다.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법인 전입금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미충원은 재정난을 가중시킨다. 일반고로 자진해 전환하는 자사고는 5년간 총 20억원의 재정 지원을
한편 숭문고는 서울에서 자사고 지위를 반납한 9번째 학교가 됐다. 앞서 동양고(2012년), 용문고(2013년), 미림여고·우신고(2016년), 대성고·경문고(2019년), 동성고·한가람고(2021년) 등 8곳이 학생 수 감소, 재정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일반고로 전환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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