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서울 압구정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한 디저트 카페 좌석이 모두 꽉 찼다. [사진 촬영=신미진 기자] |
골목 곳곳 숨은 맛집과 카페 앞에는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졌다.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 출구부터 골목까지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하는 곳들이 눈에 띄었고, 임대 문의가 붙은 상점은 찾기가 어려웠다.
압구정로데오 상권이 부활했다.
1988년 한국 맥도날드 1호점이 들어선 뒤 2000년대 초반까지 '오렌지족'들이 성지였던 압구정은 극심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으며 침체된 상권 중 하나다. 그러나 골목 곳곳에 MZ세대를 공략한 앵커 상점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 서울 압구정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한 카페. [사진 촬영=신미진 기자] |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압구정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0.3%로 전년 동기(14.7%)보다 오히려 4.4%포인트 낮아졌다.
강남지역 주요 12개 상권 중 코로나19 이후 공실률이 하락한 곳은 압구정과 교대(-0.4%포인트), 남부터미널(-1.3%포인트) 3곳이 전부다. 주변 상권인 청담(16.3%)과 도산대로(14.2%) 공실률도 서울 도심지역 평균(14.6%) 수준이다.
반면 주요 도심지역 상권 공실률은 크게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광화문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23%로 전년 동기(2.3%)보다 크게 높아졌다. 명동의 공실률은 38.4%에 달한다. 10곳 중 4곳이 비어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홍대·합정 공실률도 7.7%에서 13.1%로 높아졌다 . 코로나19로 내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발길마저 끊긴 영향이다.
↑ 26일 오후 서울 압구정로데오에 위치한 음식점 앞 대기줄. [사진 촬영=신미진 기자] |
압구정로데오 상권이 되살아난건 앵커 상점 효과로 풀이된다. 2016년 침체됐던 압구정로데오 거리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도산공원을 중심으로 '젊은 가게'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결국 젊은 소비층 유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백곰막걸리와 디저트 카페 노티드, 다운타우너, 도산분식, 호족반 등 대표 맛집의 주말 웨이팅 시간은 1~2시간에 달한다.
인근 A 공인중개사 대표는 "2010년대부터 가로수길과 청담 명품거리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젊은 사장들이 권리금이 없는 압구정로데오로 몰리기 시작했다"며 "도산공원 근처는 매물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가로수길은 이제 프랜차이즈 가게뿐"이라며 "압구정로데오는 소형 상점이 많고, 아직 덜 알려져 흥미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 압구정로데오거리 '빛의 거리'로. [사진 제공=강남구청] |
건물주들의 자체적인 노력도 있었다. 2010년대 중반 압구정로데오는 상가 5곳 중 1곳은 공실일만큼 상황이 어려웠다. 이에 임대인 10여명이 모여 2017년부터 임대료를 낮추고 권리금을 받지 않기 시작했다. 당시 1층 1500만원이었던 월세를 750만원으로 낮추고, 지난해에는 강남구청과 함께 은하수 모양의 초대형 조명을 거리에 달았다. 거리 공연도 매년 주최하고 있다.
박종록 압구정로데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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