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백브리핑] "꼬우면 이직" LH 직원, 정말 색출할 수 있을까?

【 앵커1 】
LH 내부 직원이 쓴 글이라고 알려진 "꼬우면 이직하던가"란 글 기억하시나요?
이 글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LH가 해당 글을 작성한 사람을 고발했습니다.
직원이 맞다면 파면하겠다고도 했는데, 익명게시판에 올려진 이 글의 작성자 찾을 수 있을까요?
김은미 기자의 백브리핑에서 알아봅니다.

김 기자, 단순한 질문, 이 글 작성자 찾을 수 있어요?

【 기자1 】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람을 색출하는 건 현실적으로 아주아주 어렵습니다.

일단, 이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 측은 "협조 요청이 오면 최선을 다해 협조할 생각"이라고 밝히긴 했습니다.

근데, 이 '블라인드'는 처음에 가입할 때, 자신이 속한 회사 이메일로 인증을 해야만 가입이 돼.

근데 가입 즉시 이메일 주소 정보는 암호화되고, 글을 쓸 수 있는 계정과 이메일 사이의 연결고리는 자동으로 파기된다고 해.

다시 말해, 이 익명게시판의 관리자도 특정 글을 누가 썼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말.

【 앵커2 】
그럼, 수사에 협조하고 말고 할 게 없는 거 아니에요?

【 기자2 】
정답입니다.

사실,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이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앱 측의 말도 있는 그대로 믿긴 어려운 게 사실.

김태일 앵커,

만약에 우리 회사 익명게시판에 누가 글을 썼는데, 회사가 그 사람을 실제로 색출했어요. 그럼 김 앵커는 그 익명게시판 계속 이용하실 거예요?

【 앵커3 】
못하죠. 나중에 무슨 피해 보면 어떻게 해요?

【 기자3 】
네, 저도요.

익명게시판의 생명은 보안과 익명성 유지잖아요. 근데 누군지 색출이 되면, 이 익명게시판은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겁니다.

때문에 회사 측에서 하는 말을 다 믿을 수 없긴 합니다.

【 앵커4 】
그럼, 회사 압수수색해서 서버 뒤져보면 되지 않아요?

【 기자4 】
맞습니다.

근데, 이 블라인드 앱의 서버, 미국에 있습니다.

'박사방' 사건 기억나시죠?

그때 텔레그램을 이용했기 때문에 텔레그램 서버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이 서버가 해외에 있다 보니, 결국 서버 확보에 실패했습니다.

다시 말해, 국내에 없는 블라인드 앱의 서버를 확보하는 건,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이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글로 인해서 자기 명예가 훼손했다고, 작성자를 고소했던 사람이 있지만, 이 사람 결국, 서버가 미국에 있어서 기소유예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변호사 이야기 같이 들어보실까요?

『SYNC : 박석주 변호사
현실적으로 수사기관에서도 이런, 뭐 명예훼손이라든지 이런 여지가 있어서 수사를 여러 차례 했었는데, 밝혀진 부분이 없었고요. 그런데 수사 의지가 있다고 한다면 제가 알기로 근무시간에 이 LH 직원이 이런 글을 올린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면 이 직원의 컴퓨터 자리에 있는 IP를 추적을 해서, 전수조사라든가 아니면 해당 부서라든가를 조사해서, IP를 조사해서 찾아내는 방법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들으셨나요? IP 추적이 있다고 합니다.

근데 이 IP를 추적하려면, LH 직원 누가 글을 올렸는지, LH 직원들이 쓰는 컴퓨터를 다 전수조사를 해야 되는 거죠.

실현 가능성이 아주아주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앵커5 】
그럼 LH는 왜 잡지도 못할 게시자를 색출해서 파면하겠다고 한 거예요?

【 기자5 】
작성자를 색출하는 게 아주아주 힘들다는 사실을 LH가 몰라서 고발 조치를 했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통상 고소고발을 할 땐, 법무 담당자가 가능성까지 다 검토를 해서 결정을 하니까요.

하지만, 아주 실낱같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LH는 지금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국민들 분노가 상당히 크기 때문인데.

때문에 뭐라도 하기 위해서 고발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있고,

두 번째로는 내부 직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언행을 조심하라" 라는 거죠.

【 앵커6 】
이번 고발 조치로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잦아들지 관심입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