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필름이 끊기는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서 모텔에 갔다면 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당시 의식은 있었지만,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심신상실로 봐야한다는 겁니다.
김지영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7년 2월 새벽, 경찰공무원 A 씨는 한 빌딩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10대 B 양과 마주쳤습니다.
잠깐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술집으로 옮겨 술을 마신 뒤 모텔로 갔고, A 씨는 B 양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만취해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은 어린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모텔로 데리고 가 추행했다"며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모텔 CCTV에는 피해자가 계단을 오르는 등 비틀거리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심신상실 상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심신상실 여부가 쟁점인 가운데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알코올의 영향은 개인적 특성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스스로 걸을 수 있다거나 자신의 이름을 대답하는 등의 행동만으로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상태에 있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인터뷰(☎) : 송혜미 / 변호사
- "의식이 있더라도 스스로 행동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상태를 심신상실로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연구 용역을 통해 알코올 블랙아웃과 강제추행 간 법리를 꼼꼼하게 심리한 뒤 2년 9개월 만에 유죄 결론을 내렸습니다.
MBN뉴스 김지영입니다. [gutjy@mbn.co.kr]
영상편집 : 양성훈
그래픽 : 김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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