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계엄령` 첫 위법 판단…대법원 "법률이 정한 요건 갖추지 못해"

1979년 부마항쟁 때 박정희 정권이 부산·마산 지역에 내렸던 계엄령이 위헌·위법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부마항쟁 때 유언비어를 퍼뜨린 혐의(계엄법 위반)로 기소된 김 모씨(64)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29일 확정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군사정권이 내린 계엄령이 '군사상 필요성'이라는 요건을 제대로 갖췄는지 등 위헌·무효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계엄령 포고는 헌법·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내용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옛 계엄법이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판결에 따르면 김씨는 1979년 손학규 한국기독교연합회 간사(현 바른미래당 대표) 등에게 "데모 군중이 반항하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번 데모에서 총소리가 났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씨는 부마항쟁보상법을 근거로 2016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원심은 "계엄령 포고가 '국민의 표현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필요한 상태에서 공포된 것이 아니라서 위법·무효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나 계엄령 발령은 통치 행위로서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상고했다.
[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