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회찬 의원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돈을 주지 못했고, 차(茶)를 전달한 것"이라고 법정에서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오늘(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속행 공판에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김 씨는 20대 총선 직전이던 2016년 3월 노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5천만 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2천만 원은 노 전 의원이 경제적 공진화모임의 아지트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은 자리에서, 3천만 원은 노 전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경제적공진화모임 회원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다른 경공모 회원들의 증인 자격으로 증언대에 선 김 씨는 처음 전달한 2천만 원에 대해 "당시 2천만 원 정도를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노 전 의원이 손사래 치며 거절했고, 건네주지 못한 채 노 전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제 방을 나갔다"고 반박했습니다.
김 씨는 "고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기 그렇지만, 돈이라서 안 받았다기보다 액수가 본인 생각보다 적어 실망한 표정이라 줄 수가 없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당시 경공모 회원들의 채팅방에 돈을 전달했다고 알린 것은 회원들이 실망할 것을 우려해 거짓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 씨는 열흘 뒤 창원으로 내려가 전달했다는 3천만 원을 두고도 "이미 노 전 의원이 2천만 원을 거절해 관계가 안 좋아진 상태이고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쇼핑백 안에)돈이 아닌 '느릅차'를 넣어서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직접 돈을 전달한 측근과, 돈을 건네받은 노 전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 모두 실제로는 쇼핑백에 차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도 항변했습니다.
이후 김 씨는 불법 자금 전달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별도로 현금 4천여만 원을 마련해 실제로 전달하지는 않은 것처럼 사진까지 찍어 범행을 은폐한 것은 전 부인의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 씨는 "나는 공처가로, 회사에서 생기는 일이 있으면 처에게 시시콜콜하게 모든 상황을 이야기했다"며 은폐 아이디어를 내고 회원들에게 실행을 지시한 것이 모두 전 부인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증인으로 나온 김 씨의 전 부인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김 씨에게 건네 들은 적이 있다"고 상반된 증언을 했습니다.
한편 앞서 노 전 의원의 사망에 대한 경찰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현장 검증 등을
김 씨는 특검 측이 제시한 진술조서에 대해 "허익범 특검의 요구로 허위 진술한 것"이라며 "허 특검이 밀담을 나누면서 '노회찬 부분만 진술해주면 일찍 선고를 받게 해 줄 테니 희생해달라'고 해서 원하는 대로 이야기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