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6일 '가짜뉴스'로 불리는 허위조작정보 문제를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허위성이 명백하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고소·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이러한 고강도 규제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향한 '옥죄기'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날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는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조장·왜곡하고 사회 전반의 신뢰를 저해해 심각한 정치·경제적 피해를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허위조작정보 사범이 발생한 경우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체계를 구축해 배후의 제작·유포 주도자까지 추적하고, 정보의 허위성이 분명하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 고소·고발 접수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를 '객관적 사실 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 사실'로 규정했다. 다만 "객관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나 실수로 인한 오보, 근거 있는 의혹 제기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짜뉴스 제작·유포 사범에게는 정보의 허위성과 범행 목적에 따라 명예훼손·업무방해·신용훼손·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치 않아 자칫 자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어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법으로 처벌할 것인지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 이를 근거로 언론 탄압까지 이뤄질 수 있어 형사법적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가짜뉴스를 선별하는) 기준을 수사기관이 정한다면 정부 입맛에 맞게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허위성과 사안의 중대성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고, 피해자가 의사 표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허위 여부를 가리는 일도 무리"라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현행 법률로도 모두 처벌이 가능해 굳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해악이 더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제도권 언론이 아닌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언론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전직 법원장은 "표현의 자유, 통신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과 같은 핵심적인 헌법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히 학자 출신인 박 장관이 이러한 위헌적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일 "언론계·학계·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민간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하는 가짜뉴스 자율규제 기반을 조성
[송광섭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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