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 아래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노조 와해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는 어제(27일)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공작에 개입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 협력업체 및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 등 32명을 노동조합법 등의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장 등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삼성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했습니다.
이들은 노조활동이 활발한 협력업체를 기획폐업시키고 조합원의 재취업을 방해하거나 노조탈퇴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조합원 임금을 삭감하고 단체교섭 지연·불응 등 각종 수법을 통해 노조 고사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편 삼성은 협력업체뿐 아니라 경총과 경찰 등 외부세력도 노조탄압에 끌어들였습니다.
노조가 2013년 7월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협상을 위임받은 경총은 조합원 명부 제출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거나 교섭에 무작정 불응하는 등 지연 전략을 협력업체들에 지도했습니다.
또한 경찰청 정보국 노정담당 간부로 일하던 이모(구속기소)씨는 삼성으로부터 6천100만원의 뇌물을 받고 2014년부터 3년간 사측 대표인 것처럼 블라인드 교섭에 참여해 협상을 회사에 유리하게 이끌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활용 가능한 모든 외부세력까지 조직적으로 동원해 대응역량을 극대화했다"며 "압도적 힘과 정보의 우위로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공정한 게임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은 노조활동을 막기 위해 종합상황실과 신속대응팀을 꾸리는 등 체계적인 대응책도 마련했습니다.
검찰은 그룹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을 콘트롤타워로 삼아 수립된 노조와해 공작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로 전달돼 일사불란하게 실행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한편 검찰이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끝에 이날 이 의장 등을 기소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를 둘러싼 노조와해 의혹 수사는 일단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에버랜드를 압수수색하며 계열사들의 노조활동 방해 혐의로 수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보안업체 에스원과 급식업체 삼성웰스토리, 에버랜드에서 차량 운행을 담당하는 CS모터스도 검찰에 고발된 상태입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 대한 '그린화 전략'의 내용이 2013년 공개된 이른바 'S그룹 노사전략' 문건과 동일한 것으로 파악하고 다른 계열사들에도 같은 내용의 노조와해 전략이 실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