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여섯 명이 계속 저마다 요구를 하는데 제가 분신술을 할 수도 없잖아요. 정말 숨차더라고요. 혼이 나가는 한 시간이었어요. 보육교사 휴게시간은 말 그대로 '가짜'구나 싶었습니다."
7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 휴게시간 1시간이 보장되도록 근로기준법이 개정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와 보육협의회는 이 같은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모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보육교사 체험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어머니가 실제 어린이집 보육교사라는 최화영 씨, 일반 시민체험자 김정아 씨,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등 4명이 보육교사 체험에 임했습니다.
이들은 3∼4세 아동으로 구성된 영아반과 5∼7세 아동으로 구성된 유아반에 각각 투입돼 약 1시간씩 아이들을 돌봤습니다. 아동은 약 20명이 참여했고 부모들은 곁에서 참관했습니다.
체험 참가자들은 "재미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히면서 아이들 틈바구니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채 10분도 지나기 전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아이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영아반 아이들은 간이 놀이방에 혼자 놓이자마자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했고, 유아반 아이들은 보육교사 체험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 장난감을 만지는 등 제각기 놀았습니다.
체험 1시간이 가까워지자 아이들은 장난감이나 물감을 손에 쥐고 재미있어했습니다. 그러나 체험자들은 "너무 힘들어요, 살려주세요"라며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한 체험참가자는 아이한테 "나 때리지 마"라고 말하며 아이를 살짝 잡았다가 아동학대 경고 스티커를 받기도 했습니다.
원장 역할을 맡은 이현림 보육1지부장이 "알아서 10분 쉬세요. 안 쉬시면 제가 법을 어기게 돼요"라고 말하자, 체험자들은 "애들은 어떻게 하고 쉬라는 거예요"라면서 난처해 하다가 결국 휴식을 취하지 못했습니다.
체험이 끝난 뒤 김정아 씨는 "아이들 여섯 명이 계속 다른 요구를 하니까 분신술을 할 수도 없고, 정말 혼이 나가는 한 시간이었다"면서 "한 어린이집에 아이가 40여명은 있다는데 그러면 정말 숨 쉴 틈도 없겠구나 싶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놀이방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물을 찾던 최규화 기자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넋이 나가는 바람에 멍하니 있다가 근무태만 스티커를 받았다"면서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의 조이현주 변호사는 "법적으로 휴게시간이란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이용하는 시간"이라면서 "보통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점심시간과 낮잠시간을 휴게시
서진숙 보육협의회 의장은 "보육현장은 이미 설계부터 잘못된 시간표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근로기준법이 준수되려면 보육 서비스를 공공으로 운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