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15명을 낸 인천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당시 절박했던 순간이 소방당국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녹취록에는 불이 처음 난 4층에 있던 근로자들이 순식간에 퍼진 연기와 불길 속에서 필사적으로 구조 요청을 하던 상황이 그대로 담겨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홍철호(경기 김포 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소방당국 화재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 43분께 119에 최초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여기 불났어요. 세일전자, 세일전자요"라고 신고한 이 남성은 건물 밖으로 불이 보인다며 긴박한 상황을 알렸습니다.
1분 뒤에는 4층에 있던 한 여성 근로자로부터 "살려주세요. 어떡해, 여기 살려주세요"라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 여성은 "창문 쪽으로 와 주세요. 빨리 빨리요"라고 다급한 구조 요청을 한 뒤 "4층이에요. 여기 한 100명 돼요"라고 상황을 알렸습니다.
119 대원이 불과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출입문을 닫으라고 하자 "못 들어오는 게 아니라 터지고 있다고요. 연기 때문에 다 질식해요. 빨리요"라고 호흡 곤란을 호소했습니다.
불이 난 직후였지만 대피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4층에 연기가 퍼졌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곧이어 오후 3시 45분에도 힘겨운 구조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이 여성 근로자는 "세일전자…여기 4층이요"라고 구체적인 위치를 알렸지만, 비상구로 나갈 수 없느냐는 물음에 "못 나가요"라고 답했습니다. 119 대원이 연기를 피해 최대한 자세를 낮추라고 하자 비명만이 들려왔습니다.
결국 이 통화는 "살려줘요"라는 말과 비명만 남긴 채 끊어졌습니다.
이밖에 "지금 대피하고 있다"거나 "남편이 세일전자를 다니는데 통화가 안 된다"는 등의 관련 신고가 오후 4시 46분까지 15건 접수됐습니다. 이 중 5명이 세일전자 공장 근로자였습니다.
이번 화재는 21일 오후 3시 43분께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공장 4층에서 발생했습니다.
불이 났을 당시 4층에는 23명이 있었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5명은 전산실에서, 2명은 식당에서
또 다른 근로자 4명은 유독가스가 건물 안으로 퍼지자 건물 4층 창문으로 대피해 간신히 매달려 있다가 추락했습니다. 이 중 2명은 숨지고 2명은 크게 다쳤습니다.
소방대가 신고를 받은 지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공장 천장 단열재(우레탄폼) 때문에 유독가스가 대량 발생해 인명피해 규모가 컸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