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다시 만날 날 있겠지"…작별상봉장 '눈물바다'

"너희랑 아무리 가까워도 소용없어. 가지 못하니까…."

함경북도 청진에 사는 언니 김정옥(85) 씨의 말에 남측 동생 김정숙(81) 씨와 조카 황기준(63) 씨 등 가족들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또 만날 수 있어 언니" 하고 정숙씨가 겨우 한 마디를 꺼냈습니다.

26일 오전 10시부터 남북 이산가족들의 작별상봉이 진행된 금강산호텔 2층 연회장은 다시 기약 없는 이별 앞에 놓인 가족들의 울음으로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남측 가족들은 이날 작별상봉장에 30분 전부터 도착해 북측 가족이 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렸습니다. 작별의 아쉬움으로 만나는 순간부터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습니다.

남측 동생 박유희(83) 씨가 "다시 만날 날이 또 있겠지? 이게 무슨 불행한 일이야"하며 울기 시작하자 북측 언니 영희(85) 씨는 "통일이 되면…"하고 조용히 달랬습니다.

그러나 유희씨는 "그 전에 언니 죽으면 어떻게 해"라며 끝내 오열했고, 영희씨는 "내 죽지 않는다, 죽지 않아"하며 동생을 다독였습니다.

앞선 단체상봉 때는 말수가 적었던 북측 오빠 정선기(89)씨와 남측 여동생 정영기(84)씨 남매도 이날은 만나자마자 오열했습니다.

영기씨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이고, 아이고",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하며 통곡하자 선기씨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내가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남매의 눈물을 지켜보던 북측의 남성 보장성원(지원인력)도 눈가가 벌게졌습니다.

이인숙(82) 씨는 북측 언니 리현숙(86)씨와의 작별을 앞두고 "착잡하다"며 "이런 시간이 이제 다시는 안 오겠죠"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서로를 기억하기 위해 만남의 징표와 편지를 교환하는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편찬옥(76) 씨도 이날은 기운을 내 북의 조카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자꾸만 굳는 손으로 "사랑하는 조카들에게…. 참으로 이렇게 만나 대단히 감사"라고 힘겹게 써 내려간 그는 북측 형 편찬규(88) 씨에게 편지를 건넸습니다.

북측 김인영(86·목원희에서 개명) 씨의 남측 동생 목원선(85)·원구(83) 씨도 "사랑하는 우리 형님 잘 뵙고 돌아갑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조카들과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두꺼운 편지봉투를 건넸습니다.

북측 리승열(53) 씨는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 남측 사촌동생 이영호(50) 씨에게 채워주며 '시계를 보면서 통일될 때까지 노력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작별상봉과 공동중식까지 이어지는 3시간 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짧은 2박3일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81가족 324명의 남측 상봉단은 작별상봉 뒤 오후 1시 30분께 금강산을 떠나 동해선 육로를 통해 귀환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