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쿤 OUT"…야생동물 카페 금지하는 까닭

↑ 한 야생동물카페의 미국너구리(라쿤)이 관람객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 제공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원이 아닌 공간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고 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른바 '라쿤 카페 금지법'이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속된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용득 의원은 제안서를 통해 "야생동물과 사람이 직접 접촉할 경우 인수공통질병 전파 또는 할큄 등에 의한 상해 가능성이 있다"며 "카페 주인 등 비전문가에 의한 전시 및 사육으로 동물복지 저해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쉬고 있는 야생동물카페의 라쿤. [사진 제공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현행 야생동물법은 멸종위기종만, 동물보호법은 개와 고양이 등 일부 종에 한해서만 규제하고 있다. 두 법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너구리(라쿤)나 미어캣은 관련 근거가 부족해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만약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면 지방자치단체에 동물원이나 수족관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영리 목적으로 전시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이에 해당하는 시설들은 법이 공포된 후 3개월 안에 환경부 장관에게 보유 동물 현황과 처리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 야생동물카페는 이색 데이트 장소로 알려지면서 2030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진 = 구글 검색 캡쳐]

라쿤이나 미어캣 등을 사육하고 전시하는 '야생동물 카페'는 지난 2016년 이색 데이트 장소로 알려지면서 2030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야생동물 카페가 논란이 된 건 지난해 11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가 진행한 '야생 동물 카페 실태조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를 진행한 서울 시내 카페 9곳 중 6곳이 동물의 휴식공간과 방문객이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분리하지 않았고, 전시 동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 곳은 1곳도 없었다.
또 비좁은 철제케이지에 동물을 넣고 관리하는 곳도 3곳에 달했고, 외상을 입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도 다수 발견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카페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 자체가 야생동물관리 후진국임을 증명하는 일"이라면서 "이번 '라쿤카페 금지법'이 반드시 통과되어 야생동물카페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