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애플 위치정보 수집, 위법이지만 배상책임 없어"

아이폰 사용자들이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했다"며 애플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위치정보가 동의없이 수집됐지만 버그(bug·프로그램 오류나 오작동)에 따른 것이었고, 실질적인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임모씨 등 국내 아이폰 사용자 1200여명이 미국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버그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했고, 위치기반서비스 기술의 개발 및 정착 단계에서 발생한 시행착오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애플은 버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신속히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배포하는 등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아이폰 3G와 3GS, 아이폰4 등 기기 일부에서 2010년 6월~2011년 5월까지 위치서비스 기능을 끈 상태에서도 기기 위치정보와 주변 통신기지국 등 정보가 애플 서버에 주기적으로 전송되는 등 버그가 발생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사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애플에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임씨 등은 이를 근거로 같은해 8월 애플을 상대로 1인당 100만원씩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애플이 수집한 정보들은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 형태로 수집돼 제3자는 물론 애플도 사용자들의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애플이 법을 위반한 행위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배상할 정도로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고 보기 힘들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부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