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조현아 "물의 일으켜 죄송"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24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했다. 조 전 부사장이 피의자 자격으로 수사 기관에 출석한 것은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날 오후 1시께 조 전 부사장을 소환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이 불법인 사실을 알았는지, 불법 고용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낮 12시 55분께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도착한 뒤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조 전 부사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국내로 입국시킨 뒤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대는 이 이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선 거주(F-2 비자), 재외동포(F-4 비자), 결혼이민(F-6 비자) 등 체류 자격을 갖춰야 한다. 출입국관리법 제18조 3항은 '이 같은 체류 자격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같은 법 제94조 9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한진빌딩 사무실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정석기업,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자택 등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압수수색 대상에는 조 회장 자택과 대한항공 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아버지인 故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조 회장 일가 주변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같은날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권혁민 진에어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정비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중대한 결함이 있는 항공기를 무리하게 비행에 투입한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직원연대에 따르면 2017년 9월 19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출발해 괌에 도착한 진에어 LJ642편 항공기(B777-200ER)는 엔진이 제때 꺼지지 않는 결함을 보였다. 조종사가 엔진 관련 스위치를 오프 상태로 놓았지만 연료가 차단되지 않고 계속 주입된 것이다.
직원연대 측은 "이는 비행에 투입할 수 없는 중대한 결함이며 대체기를 투입했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비행 중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연료가 차단되지 않고 계속 공급되면 폭발 등 매우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직원연대는 "당시 결함 원인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단순한 지시계통 결함으로 은폐해 비행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위법행위의 책임자로는 당시 정비본부장이던 권혁민 현 진에어 대표이사를 지목했다.
이에 대해 진에어 측은 "해당 항공기는 괌 공항 도착 후 엔진이 정상적으로 정지됐다"며 "정지 후 연료 공급관에 남아 있는 잔여 연료에 의해 연무 현상이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진에어는 정비교범 및 제작사 지침에 의한 점검을 진행했고 결함이 해소돼 정상 운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토부 조사 결과 당시 항공기는 '연료 차단 밸브'가 고장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연료 차단 밸브가 본래보다 30초 가량 늦게 닫혀 엔진 내부에서 유증기가 발생한 것이다. 국토부 측은 진에어가 당시 점검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진에어는 연료 차단 밸브가 고장났을 때 따라야 하는 16가지 정비 작업을 6가지 정도만 수행했다"며 "최소장비목록(MEL·결함이 있더라도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 부품의 목록) 규정도 부적절하게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건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희수 기자 / 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