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불법 조회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뒷조사'가 있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2013년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수집한 국정원 직원 송모 씨와 지휘 선상에 있던 서천호 전 2차장, 문정욱·고일현 전 국장 등을 수사한 결과 이렇게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법 뒷조사를 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의 결론을 기다리는 송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상부의 지시를 받고 정보를 수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식당 화장실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고 조사한 것"이라고 한 진술을 뒤집은 것입니다.
검찰은 서 전 차장과 두 전직 국장 등에게서도 보고 계통을 거쳐 관련 정보 수집을 지시했고, 남재준 당시 원장의 승인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송씨가 파악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수집한 정보를 공작에 활용한 것은 아닌지 등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남 전 원장도 불러 관련 내용을 캐물을 전망입니다.
검찰은 또 과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정보 제공' 통로도 새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3년 수사 당시 검찰은 송씨가 조이제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과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을 통해 채 전 총장의 정보를 불법 수집했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은 조 전 국장이 서초구청 가족관계등록팀장이던 김모 씨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조회토록 한 뒤 구청장 면담대기실 전화기를 사용해 이를 송 씨에게 전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조 전 국장에게 징역 8개월, 송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사실관계에 허점이 있다며 1심 판결을 상당 부분 파기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혼외자 정보를 조회한 서초구청 직원 김모 씨의 진술이 모순된 데다, 책임을 면하려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구청장 면담대기실에서 전화를 이용한 사람이 조 전 국장이라고 증명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보 유출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입니다.
김 씨는 2013년 수사 당시 조 전 국장에게 정보를 조회해 넘겨줬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직속상관의 지시를 받은 김씨가 유출 가능성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검찰에서 조 전 국장 외에 같은 서초구청의 임모 과장에게도 혼외자 관련 정보를 넘겨줬다고 새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씨도 서초구청장 면담대기실에서 전화기를 이용해 김 씨로부터 정보를 받은 뒤 송 씨에게 바로 알려준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검찰에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송 씨도 조 전 국장이 아닌 임 씨에게 정보를 넘겨받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임 씨는 2013년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언론보도로 알려진 이후 신상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요청에 따른 적법한 업무였다고 판단 받아 처벌을 피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수사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적법한 감찰활동에 앞서 국정원이 뒷조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임 씨는 당시 곽상도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과 함께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함께 근무
이에 따라 검찰은 임씨가 국정원의 채 전 총장 뒷조사를 도운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오영 전 행정관에 대한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벌금형을 선고하며 "청와대가 이미 조 전 행정관을 통해 정보를 확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