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앞 드러누운 학생들..."총기 규제 강화하라"

'눕기 퍼포먼스'로 항의…NRA 비난하고 의회에 총기규제 강화 압박



19일 (현지) 미국 백악관 앞에서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열렸습니다.

버지니아 주 등에서 모인 수십 명위 학생과 학부모가 워싱턴 DC 백악관 앞 광장에 모여 느슨한 총기규제를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미국총기협회(NRA)와 정치권에 책임을 물으며 규제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내가 다음 차례?', '총기가 아닌 아이들을 보호하라', '법을 만드는 주체는 의회인가, NRA인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아이들이 더 죽어서는 안 된다", "의회도 공범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특히 이날 시위에서는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 17명을 상징하는 차원에서 17명의 학생이 땅바닥에 약 3분간 누워 항의의 뜻을 표했습니다.

또 이를 본 다른 시위 참가자들이 눕기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고 ABC 방송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눕기 퍼포먼스가 약 3분간 펼쳐진 것은 총격범이 'AR-15 반자동소총'을 구매하는 데 걸린 짧은 시간을 상징한 것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의 날' 휴일인 이날 백악관 앞에서 학생 시위가 벌어졌지만, 정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없었습니다. 대신 총격 사건 현장에서 가까운 '겨울 백악관'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사흘 연휴의 마지막 날을 보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총격 참사 이후 부상자가 입원한 인근 병원을 직접 방문해 위로의 뜻을 전했지만, 현지 반응은 싸늘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느슨한 총기규제 대신 총격범의 '정신 건강' 문제로 국한한 데 이어,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집중하느라 총격범 관련 제보를 묵살했다'는 의혹에도 적극적으로 동조하면서 이 사건을 너무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1일 피해 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을 만나 직접 의견을 듣는 경청의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앞서 플로리다 주의 소도시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를 다니다 퇴학당한 크루스는 이 학교에서 AR-15 반자동소총을 난사해 학생과 교직원 등 17명이 숨지고 적어도 16명이 다쳤습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됐습니다.

한편 총기규제 강화론자들은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의 요청을 받아 다음 달 24일 워싱턴DC에서 총기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행진대회를 열 계획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