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 모 씨(21)는 지난 1일 국내 유명 구인구직업체 A사 사이트에 올라온 '항공사 홍보영상 보조출연자' 모집공고에 지원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일본 간사이공항까지 가는 외국계 에미레이트 항공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서비스를 제공받기만 하면 10만원을 주는 조건이었다.
광고대행사인 B사 이름으로 올라온 공고문은 '꿀알바' '당일지급' 같은 홍보문구를 내걸면서 1999년생(20세)부터 1979년생(40세)까지 성별을 막론하고 지난 11일까지 체험단을 모집한다고 했다. B사는 서울 용산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실존하는 업체고 바이럴마케팅이나 TV CF 등을 담당하는 업체라 지원자들은 특별한 이벤트가 사실인 줄 믿었다.
온라인 지원 후 회사 관계자를 자처한 사람이 메신저로 "항공편을 끊으려면 여권이 필요하니 사진 앞면을 하나도 가리지 말고 찍어 보내라"고 요청했다. 박씨는 "잠깐 의심했지만 검색해보니 채용하는 회사가 실제 있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 여권 사진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공고는 실존하는 B사 로고를 도용한 정체불명의 사기단이 올린 가짜였다. 지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B사는 구인구직업체측에 요청해 "자사 공고가 아니다"고 바로잡고 공고를 내렸다. 하지만 박 씨의 개인정보는 고스란히 사기단에 넘어간 뒤였다. B사는 자체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 게시물은 저희가 올린 게시물이 아니다"며 "저희와 어떠한 관계도 없는 작업이며 사칭에 피해입지 않으시도록 주변에 관련된 분들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B사측은 한 피해자는 사기피해 사실을 알려주며 "인신매매를 당할 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댓글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이튿날에는 해당 항공사도 "해당 채용 공고는 에미레이트 항공이 진행하지 않았으며, 거짓 정보임을 알린다"며 공식 답변을 내 놓았다. 박씨를 비롯한 피해자들도 뒤늦게 A사이트가 보낸 문자와 메일을 통해 공고가 허위였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권정보를 포함한 이들의 개인정보는 이미 사기집단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
이처럼 최근 한 정체불명 사기단이 광고업체의 구인광고를 꾸며내 아르바이트 구직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간 것으로 의심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인신매매를 당할 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터넷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빼가는 피싱 범죄가 다양화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 관계자는 18일 "A사 사이트를 살펴본 결과 개인정보 관련 피해자가 많고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돼 (수사 착수를)적극 검토중"이라고 했다.
A사 관계자는 "경찰 수사 목적이 아니면 법적으로 IP추적 등 할 수 있는 권한이 우리에게도 없다"며 "모든 공고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지 검수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작정하고 실존하는 업체를 도용하는 경우 잡기가 힘들다"고 했다. 한 피해자는 "만약 사기꾼들이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다면 공고에 지원한 알바생들이 납치를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등록번호 등 타인 정보의 훼손·침해·도용'으로 접수된 건수는 6만 3189건. 그러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하는 경우에만 '사기'가 성립돼 피해자들은 냉가슴을 앓는다. 경찰은 "(민원인들이) 피해가 적고 상담을 목적으로 방문해 고소·
[문지웅 기자 / 강인선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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