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2월 12일 뉴스초점-간판만 바꿔 돈 버는 의사들

사기를 쳐도, 성범죄를 저질러도, 심지어 살인을 해도 잘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흔히 철밥통이라고 하는 공무원보다도 한 수 위인 그들은 의삽니다.

지난 2007년 수면 내시경을 받으러 온 여성을
전신마취시키고 성폭행을 한 의사는 징역 7년을 살고 나와 지금 다시 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4년 전 가수 신해철 씨를 숨지게 한 의사 강 모 씨도 얼마 전까지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진료를 한 거로 알려졌죠. 신해철 씨 외에도 4명을 더 숨지게 했는데도 말입니다.

의료법 때문입니다.
의료법상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한 의사의 자격정지는 1년에서 길어야 3년, 그나마 무허가 주사제 사용이나 진료 중 성범죄·대리수술·진료기록 조작 같은 몇 가지를 제외하곤 비도덕적 의료행위라고 명시된 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낙태나 진단서 위조·허위 진료비 청구 같은 일부를 제외하곤 의사 면허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죠.

일본은 벌금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으면 그 즉시 의사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되고, 독일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의사 면허가 정지됩니다. 미국 역시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유죄 전력이 있는 의사는 면허를 받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대 의료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서 면허를 영구 박탈한다는 의료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상정됐지만,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죠. 국회의원들이 의사들의 반발을 국민들의 목숨보다 더 무서워 한 걸까요.

한 번 의사는 영원한 의사, 잠깐 문을 닫은 후 다른 곳에서 간판만 바꿔 돈을버는 그들에게
국민들은 언제까지 자신의 하나뿐인 생명을 맡겨야 하는 걸까요.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