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기피자로 간주해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95명이 병무청장을 상대로 "인적사항을 공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병무청은 지난 2016년부터 병역의무 기피자들의 이름 등 인적사항을 병무청 누리집에 게시했다. 병역법 제81조의2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검사나 입영·소집을 거부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병무청 사이트에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종교적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은 헌법과 자유권규약에 따라 보호받는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내재된 권리로 정단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인적사항 공개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병무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역기피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취지는 병역의무 기피를 방지하고 성실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적사항이 공개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입장을 바꿔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역의 의무 이행을 독려한다는 입법취지와 달리 원고들에게 사회적 불명예와 고통을 가하는 처벌수단으로만 기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에 따라 재판부는 "병무청이 원고들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 95명 중 26명에 대해서 인적사항 공개 처분이 있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넘어 소송을 제기했다며 각하했다.
[디지털뉴스국 최진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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