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시설이 있어 외부인이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지하주차장은 도로교통법 상 '도로'로 볼 수 없어 이곳에서 무면허로 운전한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씨(23)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양씨가 운전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아파트 주민과 이와 관련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경비원 등이 자체적으로 관리해 도로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로교통법은 사람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를 도로로 규정하고 있어 양씨는 무면허 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원심이 주차장의 규모와 형태, 주차장의 진·출입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이용 상황 등에 대해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않고 무면허 운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도로와 무면허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해 5월 강원 강릉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50m 구간을 운전했다. 당시 술에 취해 있던 그는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 그는 동승자인 김모씨(22)와 함께 음주운전을 신고한 오모씨(53)를 때렸다. 오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후 양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 부위를 3회 때려 공무집행 방해 및 공동상해 혐의로도 함께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집행유예의 선처를 받고도 자숙하지 못했다"며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양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오씨와 합의했다"는 이유를 들어 징역 8개
양씨의 대리인 측은 "아파트 내 지하주차장이 도로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하게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음주운전과 달리 도로가 아닌 곳에서 무면허 운전을 했다고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무죄취지 파기됐다"고 설명했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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