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구조 과정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김익수 소방본부 상황실장,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등 3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은 직위해제했다.
소방청 소방합동조사단은 11일 오후 브리핑에서 "신속한 초동대응과 적정한 상황 판단으로 화재 진입 및 인명구조 지시를 제대로 내렸어야 하는 현장 지휘관들이 상황 판단과 전달에 소홀했다"고 시인했다.
먼저 2층에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정보를 듣고도 이를 구조작전에 적극 반영하지 않은 점을 실토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상민 제천소방서장은 "2층 내부에 구조 요청자들이 많다”는 정보를 접하고도 화재 진압 후 주계단으로 진입하려는 최초의 구조 계획을 변경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조사단은 "가장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상구를 통한 진입이나 유리창 파괴를 통한 내부 진입을 지시하는 않는 등 지휘 역량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서장이 오기 전 지휘를 맡았던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도 "인명구조를 위한 정보 파악과 적정한 활동 지시를 해야 하는데 눈앞에 노출된 위험과 구조 상황에만 집중해, 건물 뒷편의 비상구 존재와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로인해 2층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는 구조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해 3층에 매달린 1명을 구조한 뒤, 지하층 인명 검색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방본부 상황실은 2층에 구조 요청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무전으로 전파하지 못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기지국 내 부품들이 접촉불량 및 배선 노화 등으로 인해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무선통신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조사단이 파악한 이유다.
조사단에 따르면 목욕탕 종업원은 화재 발생 당일 낮 12시30분경 해고된 상태로 실질적으로 2층에는 내부 구조를 잘 아는 대피유도자가 없었다. 또 목욕탕의 특성상 통유리창 전체에 선팅시공을 해 2층 손님들은 내부로 연기가 유입될 때까지 외부상황(검은 연기나 화염 관측)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조사단은 향후 대책도 내놨다. 이번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드라이비트 외장재를 사용한 건축물은 앞으로 기존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불연재로 교체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필로티 구조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출입구를 필로티 반대방향에 추가로 설치토록 하고 필로티 내부에
창이 없는 층의 경우 외부에서 소방대가 진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출입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건물 내부에 파괴기구를 비치하도록 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불법주차에 대해 최대 500만원의 벌금을 매기는 방안도 검토될 예정이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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