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의 미성년 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60대 남성이 13년만에 법의 처벌을 받게 됐다. 이 남성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성폭행범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피해 여성의 용기와 충격적인 상황에 대한 생생한 기억력 앞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1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장용범 부장판사)는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A씨(64)에 대해 징역 8년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04년 여름 내연녀의 미성년 딸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당시 피해 여성 B씨(23)의 나이는 10세. B씨는 지적장애 때문에 전화도 걸지 못하는 등 일상 생활이 힘든 어머니를 수발하기 위해 같이 다니다가 피해를 당했다. B씨는 모텔에서 열살 소녀가 감당하기 힘든 강간을 당했고, 이후 3차례에 걸쳐 성추행도 당했다.
B씨는 성폭행 직후 A씨를 고소하지 못했다. 당시 B씨는 자신이 당한 성폭행의 피해와 의미를 알기에는 너무 어렸다. 어머니와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아버지에게는 별다른 도움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2004년 말 B씨가 부모 이혼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이후 중학생이 된 B씨는 자신이 당한 일의 끔찍함을 알게 됐고, A씨는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시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12년 뒤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16년 3월 대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A씨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B씨는 한번에 A씨를 알아봤고, 지우고 싶은 과거의 끔찍한 기억도 생생히 되살아났다. B씨는 수치스럽고 두려웠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아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10년이 지난 사건의 전말을 밝혀 A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은 힘들었다. 혐의를 부인하는 A씨에 맞설 수 있는 것은 B씨의 기억 뿐이었다. 다행히 B씨는 성폭행을 당한 장소, 버스기사였던 A씨가 다니던 직장, A씨가 운전했던 버스 번호판과 운행 노선, A씨의 신체적 특징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했다. 여기에 검찰과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선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았다면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에 모순되는 부분이 없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창원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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