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배낭 여행기에나 있을 법한 이 글은 전남도의회 의원들이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작성한 연수보고서입니다.
사상 최악의 물난리 속에 연수를 간 충북도의회 의원들 역시, 연수 일정은 파리 개선문과 모나코 대성당, 피사의 사탑 등 유명 관광지 방문으로 가득했죠.
공직자 해외 연수는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인 지난 1989년, 선진 문물을 견학해 국내에 도입해보자는 취지로 만든 거지만, 외유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7년 브라질 이과수 폭포 집단 외유 사건, 기억하십니까?
공공기관을 감시해야 할 감사 21명이 공공기관 돈으로 1인당 1,100만 원을 들여 남미에서 세미나를 핑계로 관광에 나섰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사건 아닌 사건입니다. 그러고도, 지금까지 고쳐지질 않은 거죠.
엉터리 연수는 이미 해외에서도 웃음거리입니다.
지난 1996년 프랑스 한 지자체는 한국 지방의회의 방문 설명을 마치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손님들은 연수가 아니라 관광을 온 건데, 왜 우리가 그들을 뒷바라지하는가'
그런가 하면, 일본의 한 지자체에서는 '매년 같은 지자체에서 오고, 올 때마다 같은 질문을 한다. 한국은 연수 보고서를 공유하지도 않는가'라고 되물으며, 한국 공직자들의 연수를 거절했습니다.
이런 걸, '나라 망신'이라고 하죠.
공직자 해외 연수가 시작된 지 30년이 다 돼갑니다. 이번에야말로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해외 연수, 손질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위 선양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꼬박꼬박 세금 내는 국민들이 분노하고 억울하지 않도록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