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30%를 넘기며 주말 인기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KBS 2TV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극중 로펌 변호사로 나오는 변혜영(이유리 분)과 방송사 PD인 차정환(류수영 분)은 현재 달라지고 있는 결혼관에 대한 부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은 혼전동거를 부모에게 들키자 "걱정을 끼친 건 잘못이지만 혼전동거 자체가 뭐가 나쁘냐"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어머니 나영실(김해숙 분)은 딸이 애인과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불같이 화를 내고 드러눕는다. 혜영은 그런 그에게 "엄마, 아빠께 속이고 말씀 안 드린 건 제가 잘못했다. 하지만 동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죽을죄를 지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한다.
혜영은 또 "동거가 왜 나빠요? 좋아하는 성인 남녀가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이 지내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맞선다. 혜영은 "미성년자도 아니고 30대 성인이다. 동거가 그렇게 부도덕하고 비난 받을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설득한다.
이런 딸의 반응에 엄마 영실은 "너는 당당하고 떳떳하다고? 네가 옳고 부모는 틀렸다고?"라며 몰아세운다.
법적으로 혼인관계를 맺지 않은 상태에서 남녀가 동거를 하는 '혼전동거'.
과거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주제지만 현재는 온 가족이 모여 보는 주말 드라마 소재로도 거리낌 없이 다뤄진다. 그만큼 세대 간 혼전동거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고 식탁 위에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주제로까지 발전한 건 아닌지 싶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년도 전국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20~44세 미혼남녀 238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을 전제로 한 혼전동거'에 대해 남성은 68.1%, 여성은 51.2%가 찬성했다. 한 남성 응답자는 "살아보고 결혼하는 게 결혼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20·30세대들은 혼전동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23~24일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사람들을 만나 화두를 던져봤다.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김 모씨(여·26), 현재 남자친구가 있는 이 모씨(32)와 여자친구가 있다고 한 강 모씨(25), 직장인 황 모씨(여·29)는 모두 혼전동거에 찬성이다.
"혼전동거 필요하죠. 사랑한다면 문제될 게 없지 않나요? 전 부모님도 설득할 수 있어요"(김씨)
"결혼을 전제로 한다면 혼전동거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서로 미래를 약속한 사이라면 미리 알아가는 과정의 하나 아닐까요? 하지만 부모님에게 알리는 것은 부담스러워요"(이씨)
"만약 동거 없이 결혼부터 해서 실패하면 후회할 것 같아요. 결혼 전 상대방에 대해 알아서 나쁠 건 없겠죠. 결혼을 했다가 실패하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도 혼전동거 찬성의 이유에요"(강씨)
황씨도 찬성이다. "요즘 같이 이혼율이 높은 시대에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이라면 일정 기간 동안은 미리 살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몰랐던 상대방의 성격이라든가, 집안문제, 금전적인 상황 등 떨어져 있을 땐 숨길 수 있지만 같이 살 때는 숨기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이유로 요즘 신혼부부들은 혼인신고도 1년 이상 미룬다고 들었어요. 일단 살아보고 서류에 남기겠다는 뜻이겠죠"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남녀가 함께 산다는 것은 가정을 꾸린 다음의 질서라고 생각해요. 혼전동거를 하는 이유가 결혼 전 살아보고 안 맞으면 헤어지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데, 그 보다는 상대방의 연약한 모습을 보고도 이해해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랑의 깊이를 키우는 데 더 초점을 둬야하지 않을까요?"김 모씨(여·31)
김씨는 말을 이어갔다. "상대방이 정말 도덕적·정신적 결함이 있는 게 아닌 이상은 결혼해서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과 특권이 있다고 봐요. 이를 결혼 전 다 겪어버린다면 자연스레 결혼에 대한 긍정적 기대보다는 이제 결혼하면 내 자유는 끝이다. 잃을 것만 남았다는 생각이 더 커질 수도 있겠죠"
"혼전동거 기가 막힌다. 나중에 딸을 낳으면 혼전동거 허락할 수 있겠어요? 그럼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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