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을 잡는 데만 열흘, 검사 기간은 총 일주일, 결과가 나오기까지 또 사흘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만난 의사에겐 '정상입니다'란 말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죠.
사실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30분 대기, 3분 진료'는 대학병원의 무슨 법칙처럼 여겨질 정도인데, 서울대학병원이 이를 깨겠다고 합니다.
오는 9월부터 1년 동안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11개 과에 15분 진료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기로 한 거죠.
그럼 여지껏 이렇게 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물론 하루 외래환자 수만 수천 명, 많게는 만 명이나 된다니 시간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서울대 병원의 자체 분석 결과, 3분 안팎의 짧은 시간 진료를 받은 환자들의 평균 진료비는 검사비 포함 20만 4천 원,
15분간 진료받은 환자들은 15만 6천 원, 오히려 진료 시간이 더 긴 환자들의 비용이 더 저렴했습니다.
의사의 진찰료는 시간을 길게 하건 짧게 하건 상관없이 똑같지만, 각종 검사는 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 많으니 진료는 짧게 검사는 많이 하면 할수록 병원 입장에선 더 이익이었던 겁니다.
미국은 의사 절반가량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13분에서 24분 정도를 씁니다.
유럽에선, 진료시간이 제일 짧다는 독일도 평균 8분 정도를 쓰지요.
불필요한 검사는 줄이고 환자와 의사 간 신뢰는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은 '서울대병원의 15분 진료'.
이게 단지 시범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이젠 정부도, 거기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덧붙여 '진료 대기시간만 더 늘어나는 게 아닌지', '예약 잡기가 더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하는 환자들의 걱정이 현실화 되지 않도록 병원의 더 세심한 운영도 부탁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