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이 20일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날 사임한 하성용 대표도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이모 KAI 경영지원본부장(57·상무)을 불러 경영 전반에 관해 조사했다. 이 본부장은 KAI에서 생산지원, 인사 등을 담당하고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검찰은 이 본부장을 상대로 KAI가 수리온, T-50,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최소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이 하 대표 등과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관여했는지 여부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하 대표가 2013년 5월 사장에 취임했다가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14일 KAI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이어 16일 협력업체 5곳을 압수수색 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KAI 측이 영구 삭제 '이레이저 프로그램'을 대량 구입해 증거인멸에 나선다는 첩보가 입수돼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수 직원의 컴퓨터에 데이터 삭제전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을 확인하고 확보한 하드디스크 복사본에 대해 디지털 증거 분석(포렌식)을 하고 있다.
한편 하 대표는 이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KAI는 새 대표를 선임할 때까지 장성섭 부사장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된다. KAI는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하 대표가 2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하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방산비리 연루 혐의로 중도 하차하게 됐다. 하 대표는 사임의 변에서 "최근 발생되고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KAI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며 "지금의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 대표는 또 "많은 분들이 염려하시듯 T-50 미국수출과 한국형전투기개발 등 중차대한 대형 사업들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며 "수리온은 선진국의 무기개발 과정도 그렇듯 명품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원만히 해결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전무급인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있었던 지난 2007~2008년 수출대금 환전장부를 조작하고 노사활동비를 몰래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십억여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하 대표의 비위 연루 의혹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까지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하 대표는 아무 문제 없이 KAI 수장이 됐고 연임에 성공했다.
KAI는 하 대표 재임 기간 중 이라크에 고등훈련기 T-50와 필리핀에 경공격기 FA-50를 수출하는 등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쌓았다. 미국 록히드마틴과 합작해 17조원 규모의 미 공군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업계는 방산 비리 척결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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