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생활고에 두 딸을 살해한 40대 주부, 둔기로 어머니를 때려 살해한 20대 딸.
이들의 공통점, 혹 짐작되십니까?
바로 마음의 병 '우울증' 환자들이었습니다.
우울증은 감정조절 장애를 일으키는 병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4%, 약 3억 2천만 명이 앓고 있죠.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은 인구의 20%, 64만 명이 이 병에 걸려있습니다.
학업과 입시에 쫓긴 10대부터 취업난에 지친 20대, 업무 부담과 깜깜한 미래에 불안한 30대와 사회적 고립감에 무기력한 주부, 그리고 정년퇴직과 불안정한 노후에 지친 중장년과 질병과 빈곤으로 암울한 노년층까지….
우울증은 전 계층으로 번져있고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회적 질병이 됐습니다.
특히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명, OECD 회원국 가운데 13년 연속 부동의 1위인데, 대부분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죠.
세계보건기구는 우울증을 이대로 뒀다간, 2020년엔 심장병 다음으로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이 될 거라 경고했습니다.
그럼, 빨리 치료해야 하는데….
2015년 기준 정신보건사업 예산은 보건복지부 전체의 불과 2%, 이를 담당하는 직원은 고작 9명,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요.
기업도 마찬가집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기업엔 근로자의 업무 스트레스와 가족, 재정문제까지 상담해주고 도움을 주는 근로자 지원 시스템이 보편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개인의 일이자 남의 일일 뿐이죠.
그리고 또 한가지, 가장 큰 문제는 '편견'입니다.
정신질환을 비하하고 꺼리는 시각 때문에 진단도, 치료도 제때 못 받아 병을 더 키우는 거죠.
우울증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병을 더 키우는 건 다른 병과 마찬가진데 말이지요.
초경쟁 사회, 실업난과 노후불안, 빈부 격차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쉽게 고치기 힘듭니다.
하지만 낙오자를 다시 사회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 그 따뜻한 보살핌은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울증은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