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특히 실외기가 수십 개씩 탑 처럼 쌓여있는 도심 상가는 그야말로 화약고지만, 이를 개선할 법 규정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승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실외기 중 하나에서 과열로 불이 난 겁니다.
2014년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난 불 역시 과열된 실외기가 원인이었습니다.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반복되고 있지만, 현장은 바뀌는 게 없습니다.
마치 일부러 탑을 쌓기라도 한 듯 에어컨 실외기가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건물 한쪽 벽면에만 실외기가 100개 넘습니다.
채 1미터도 떨어지지않은 좁은 벽 사이에도 실외기가 수십개. 전기를 통해 화재를 일으키는 먼지가 가득하지만 청소의 흔적은 없습니다.
▶ 인터뷰 : 상가 관리인
- "실외기 청소는 거의 안 합니다. 뭐 자연적으로 비가 오면 (먼지가) 씻겨 내려가겠지 하는 것이죠."
실외기 밀집지역에 열화상 카메라를 대보니 뿜어져나오는 바람의 온도가 70도를 훌쩍 넘어섭니다.
▶ 인터뷰(☎) : 이창우 /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
- "실외기 여러 개가 있으면 뜨거운 바람 때문에 주변온도가 (전체적으로) 더 높고요. 그러니까 팬은 빨리 (열을) 식히려고 더 많이 돌 거고요. 그러면 모터가 과열되고요."
▶ 스탠딩 : 노승환 / 기자
- "문제는 해마다 이렇게 밀집된 실외기에서 화재가 잇따르는데도 실외기를 어디에, 어떤 식으로 설치해야 안전한지에 대한 법이나 규정조차 전혀 없다는 겁니다."
건축허가 때 실외기끼리의 간격이나 설치장소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 규정 마련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구청 관계자
- "건축주들이 손해가 나면 안 하잖아요. 법에 제한된 게 아니라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접수된 에어컨 화재 472건 중 3분의 2에 육박하는 299건이 실외기에서 시작됐습니다.
MBN 뉴스 노승환입니다. [ todif77@mbn.co.kr ]
영상취재 : 문진웅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